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기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국내외 매체에 나돌면서 공산당 내 반대파의 권력투쟁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에 있는 중화권 인터넷 매체 찬위왕(參與網)은 양회 개막 다음 날인 4일 시 주석의 통치를 전반적으로 비판하면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게재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 중문판이 8일 보도했다.

'충성 공산당원'이라는 이름으로 된 해당 공개서한은 해커의 수법으로 일부 중국 관영 인터넷 매체에도 실려 긴급 삭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VOA는 전했다.

시 주석이 정치·경제·사상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실정을 함으로써 중국에 전대미문의 문제를 일으키며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는 서한이 양회 기간 나돈 것은 시 주석의 1인 지배 통치에 반발하는 권력투쟁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찬위왕의 편집인 차이추(蔡楚)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서한은 당내 반대파나 구당파(救黨派)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 주석이 집권 이후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통치로 중국 사회를 후퇴시키고 역사의 조류를 거슬러간 데 대한 비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찬위왕의 이-메일에 지난 4일 오전 문제의 서한이 도착해있었다"면서 "서한의 관점이 상당 부분 사실에 부합하고 구당파의 관점을 반영한 작자의 용기를 높이 사 언론 자유 차원에서 편지를 게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당 서한이 게재되고 중국 매체들이 이를 퍼 나르자 해커들이 찬위왕에 두 차례 침입한 데 이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해 서한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신장위구르 정부가 운영하고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분에 참여한 인터넷 매체 '우제신원(無界新聞)'에도 문제의 서한을 캡처한 사진이 실려 이 매체가 즉각 삭제하기도 했다.

이 서한을 작성한 '반대파'가 이 매체를 해킹해 고도의 수법으로 캡처한 사진을 올렸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차이추는 시 주석의 강압정치 영향으로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기간에도 전인대 대표나 정협 위원들이 눈치만 보며 발언이 감소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시대의 권위주의로 회귀해 민생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번 양회 기간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히 하는 상징적 선언이 나오거나 올해 가을 개최되는 공산당 제18기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그의 등극이 공식 선언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홍콩 신문 명보(明報)는 지난 2일 엄격한 당 관리를 주제로 하는 6중전회에서 시 주석의 1인 체제를 뜻하는 '시 핵심'이 당의 공식 용어로 확정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