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법 바꿔 언론 고소하고 많은 돈 벌겠다는 언급은 진정 非미국적"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가 지난 26일 텍사스 포트워스 유세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언론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쉽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WP와 뉴욕타임스 등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은 데 대해서다.

당시 트럼프는 "언론이 고의로 부정적이고 불쾌하고 잘못된 기사를 쓰면 우리는 언론을 고소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들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 일간지들을 콕 집어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들은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은 전에 겪어보지 못한 정도로 고소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WP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가 정부를 이용해 좋아하지 않는 기업과 출판물을 공격하고, 명예훼손법을 바꿔 언론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언급은 진정으로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반대자들을 겨냥하기 위해 정부의 힘을 사용하려는 태도이며,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나 차비스타의 베네수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나 전적으로 익숙한 것"이라며 "또 적들의 명단을 만든 리처드 닉슨의 가장 어둡고 편집증적이던 시대 이래 워싱턴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던 생각들"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미국 체제의 아름다움은 '사상의 시장'"이라며 "뉴스 매체는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와 시청자들을 놓고 경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트는 '대통령이 되면 명예훼손법의 뚜껑을 열어 고의로 부정적이고 끔찍하며 틀린 기사를 쓰면 그것들을 고소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현행법도 언론이 고의로 잘못된 주장을 쓴다면 공인이 피해를 고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다만 공인은 언론의 무모함을 입증하는데 있어 악의적이거나 고의임을 입증할 필요가 없는 일반 시민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며 "그 차이가 자신이 비판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트럼프가 즐기는 생생한 정치토론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인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들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며 "만약 그가 협박을 행동에 옮긴다면 누구도 우리가 경고를 받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