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이르면 내달 초부터 정상 영업을 시작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금융 제재 해제 이후 인프라 복원 작업에 착수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내달 초까지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인프라 복원 작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 구축은 이르면 내주 초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계 은행들과 거래하기 위한 계좌 개설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KEB하나은행에는 이미 계좌를 개설했고, 우리은행에도 곧 계좌를 열 예정이다.

이런 준비가 끝나면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업체는 SWIFT 시스템을 통해 신용장을 받은 뒤 수출 물품을 보낼 수 있다.

이후 이란에서 수출 대금이 입금되면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하나·우리 은행에 개설된 계좌를 이용해 수출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본격적인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란과의 유로화 결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해제됐지만 미국의 제재 법령 때문에 이란과의 거래 과정에서 달러화 사용은 여전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원화는 달러화와만 직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로화나 엔화 등 제3국 통화를 이용해 거래하려고 해도 매개 통화로 달러화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란과의 교역에서 유로화를 활용하는 대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멜라트은행 김태길 서울지점장은 "3월 초에는 유로화 등을 이용한 결제 방안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3월 중에는 영업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79년 설립된 멜라트은행은 2001년 6월 한국에 점포를 개설하고 한국과 이란 사이의 무역금융 업무, 한국 체류 이란인 근로자들의 본국 송금 업무를 주로 처리했다.

그러나 2010년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문제 삼아 유엔 안보리가 이란 제재를 결의함에 따라 그해 9월 멜라트은행의 금융 거래 업무도 사실상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직원 수는 2010년 6월 말 36명이었으나 2014년 말 12명까지 줄었다.

지금은 13명이 일하고 있다.

김 지점장은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당분간은 현 인원으로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라며 "본점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장기적으로 직원을 더 뽑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