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위 보고서 "시리아 붕괴 직전…책임자 처벌 필요"
"외부로부터 조종되는 다면적 대리전…민간인이 1차 희생자"

유엔은 22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에서 전쟁 범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다면서, 시리아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등 책임자 처벌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병원 등 의료시설을 의도적으로 파괴해 인명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시리아 내전 조사위원회'는 이날 발간한 시리아 상황에 관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위는 5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이 '복잡한 동맹 관계에 의해 외부로부터 조종되는 다면적 대리전'으로 악화했다고 진단한 뒤 "산산조각 난 시리아는 이제 붕괴 직전"이라고 우려했다.

조사위는 또 "전쟁이 6년째로 접어들면서 참상이 만연한 채 지속하고 있다"며 정부군과 IS 양측 모두 반 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내전을 벌이는 정파들의 공격행위가 종종 의도적일 뿐 아니라, 민간인을 '1차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리아 정부군 군인들이 먼저 반군 장악 지역으로 식량 반입을 차단하고, 다음으로는 정부군 폭격기가 의료시설을 공습하면서 굶주림에 병약해진 사람들을 구할 의료행위마저 막는 참혹한 실태가 보고서에 담겨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조사위는 정부군과 IS에 의한 의료보건 시설에 대한 잇단 공격을 나열하면서 시리아에서 사망자와 영구장애가 늘어나는 것은 고의적인 보건 인프라 파괴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는 운영 중인 병원 33곳 중 대다수가 공습에 파괴됐다.

이런 공습은 주로 시리아 정부군에 의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러시아도 공습에 나서는 것으로 민간단체들은 보고 있다.

남성, 여성, 어린이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고 정파들의 전선이 확장되면서 민간인은 생존 능력을 위협당하는 지경이라고 조사위는 강조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명백하게 군사적 시설이라고 볼 수 없는 시장, 빵집 같은 곳을 폭격하고 있다.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인 제이쉬알이슬람(이슬람군대)이 점령지에서 철창에 소수 알라위파 사람들을 가둬 전시하면서 거리를 행진하는가 하면 IS 장악 지역에서 9살가량의 어린 소녀들이 노예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도 보고서에 담겼다.

조사위는 이런 일들을 전쟁범죄로 지목했으며 이런 범죄에 러시아가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확정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사위는 "(전쟁범죄의) 책임을 묻는 작업이 시리아 평화 프로세스에서 필요하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이 시리아 문제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기존의 권고를 재확인했다.

ICC가 시리아에서의 전쟁범죄를 조사토록 해야 한다는 권고는 지난해에도 나왔으나,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해 채택되지 않았다.

이 조사위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산하에 있으며, 파울로 세르지오 피네이로가 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지난해 9월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 반군에 대한 공습에 나서면서 내전은 한층 복잡해졌고 많은 민간인 피해를 내고 있다.

이날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휴전을 오는 27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시리아 내에서 이른바 '적대 행위 중지'에 대한 조건에 합의했다.

다만, IS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 그리고 안보리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단체는 적대 행위 중단의 대상에서 제외돼 이들에 대한 공습은 계속될 수 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