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수많은 인명 잃었고 많은 분이 슬픔"
"일왕 필리핀 방문, 희생자 국적을 떠나 위령한 것"

나루히토(德仁) 일본 왕세자가 23일 만 56세 생일을 계기로 역사의 교훈을 배우고 전쟁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에 따르면 나루히토 왕세자는 생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후 70년에 관해 "전쟁으로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많은 소중한 인명을 잃었으며 더 많은 분들이 매우 큰 슬픔을 겪었다는 것을 다시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관해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고귀함을 깊이 생각했다.

역사의 교훈을 배우고 그런 참혹한 전쟁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굳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전쟁의 비참함, 비인도성을 항상 기억하고 전쟁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령하도록 노력함과 더불어 전쟁의 참화를 다시 반복하는 일 없이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부인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의 항복방송(일명 '옥음<玉音> 방송')을 들은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런 노력을 다음 세대에 이어 가야 하며 지금도 각지에서 이어지는 분쟁이 끝나고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부친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작년에 서태평양 팔라우 공화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필리핀에 가는 등 격전지를 찾아간 것이 "국적을 불문하고 앞선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에 대해 마음을 담아 위령"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등 전쟁의 피해를 본 타국민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아키히토 일왕을 비롯한 일본 왕실 주요 인사는 최근 전쟁에 관한 언급을 자주 하고 있다.

왕실의 상징성이나 왕실과 정치를 분리하는 원칙 때문에 직접적인 발언에 이르지는 않고 있으나 일본의 전쟁 책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작년 신년사에서 "이번 기회에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주사변을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었고 전쟁이 만주사변으로 시작됐다고 한 것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우회적으로 지목한 것으로도 풀이됐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