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방화·교통로 차단…정부 실탄 사용·군대 투입
정부 시위대 요구 검토 위원회 설치 약속

인도 중류 카스트들이 하층카스트에만 공무원·대학시험 할당제를 적용하는 것에 반발한 시위가 유혈 참극으로 번졌다.

22일 인도 현지언론과 AFP통신에 따르면 인도 수도 뉴델리 근처인 북부 하리아나 주에서 9일째 계속되고 있는 자트 카스트의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지금까지 19명이 사망했다.

하리아나 주 P.K.다스 차관은 "이번 시위로 19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건물이나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강경 시위를 벌이다 진압 경찰이나 군인이 쏜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리아나 주 내 인구 29%를 차지하는 자트 카스트는 공무원 선발과 대학 입학에서 '기타하층민'(OBC·Other Backward Class)이 받는 할당제를 자신들에게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며 지난 14일 로탁 등 주 내 곳곳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대는 19일 주 재무장관 집을 불지른 것을 비롯해 기차역, 쇼핑몰, 버스 등 곳곳에 불을 질렀고 도로와 철도를 점거해 물류 이동을 막았다.

상점 500여곳과 차량 1천200대가 불에 탔으며 열차 1천편이 취소되거나 우회했다.

도로·철도가 차단되자 뉴델리에서 하리아나 주 주도 찬디가르로 가는 항공요금이 편도 3천∼4천 루피(5만4천∼7만2천원)에서 9만9천루피(178만원)로 오르기도 했다.

21일에는 시위대가 뉴델리 절반 이상 지역에 공급되는 상수도 수로를 차단해 뉴델리 북부, 서부 등에서 단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직접 시위가 벌어지는 하리아나 주 뿐 아니라 뉴델리 시내 각급학교도 22일 모두 휴교했다.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 1위인 마루티스즈키는 20일 오후부터 하리아나 주 내 마네사르와 구르가온에 있는 공장 조업을 중단, 하루 5천대씩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인도 상공회의소연합(ASSOCHAM)은 이번 시위로 인한 전체 재산 피해가 2천억 루피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치안당국은 시위대에 실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정부는 경찰력만으로 시위대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 군대도 투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자트 카스트가 요구하는 할당제에 관해 검토하겠다면 위원회 설치를 약속하는 등 유화책도 제시했다.

하지만 시위 지도부는 정부의 서면 약속을 요구하며 시위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

다만 22일 들어 과격시위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등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인도 NDTV는 전했다.

자트 카스트는 전통적으로 농업에 종사했으며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고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해 중류 이상의 계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자트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며 기타하층민 계층으로 분류해 공무원이나 대학교 입학 정원에서 할당제를 적용해 주거나 할당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인도는 과거 불가촉천민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차별받은 낮은 카스트 계층 주민을 '지정 카스트'(SC), '지정 부족'(ST), '기타하층민(OBC)'으로 분류해 공무원 채용이나 대학 입학 시험 등에서 쿼터를 배분한다.

현재 하리아나 주는 SC와ST에 22.5%, OBC에 27%의 쿼터를 대입과 공무원 채용 시험에 주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