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총 43조원 규모의 호주 잠수함 건조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의 전쟁 역사를 고려하라며 일본의 수주를 견제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7일 베이징에서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연례 전략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패전국"이라며 "호주는 아시아인들의 감정을 참작해야 할 것"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고 가디언 호주판 등이 18일 보도했다.

왕 부장은 이어 이 같은 역사 탓에 일본이 평화헌법과 국내법에 따라 무기 수출이나 외국과의 군사협력에 매우 엄격한 제약을 받아왔다며 호주가 일본과의 군사협력 과정에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재 12척의 잠수함 건조 및 유지보수와 관련한 호주의 총 500억 호주달러(43조원) 규모의 사업을 놓고 프랑스 및 독일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왕 부장은 또 호주가 일본과 계약하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왕 부장은 "그것이 호주의 정책 목표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실제로 세계 어느 나라나 세력이든 중국의 상승을 막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비숍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의 관심은 우리가 요구하는 성능이나 기술, 비용 등을 충족하는 잠수함을 얻는 것"이라며 경쟁력 평가를 기초로 수주 업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숍 장관은 전날 방문한 일본에서는 잠수함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지역 안보 차원에서 긴밀한 3국 동맹관계인 미국과 호주, 일본 사이의 전략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미국이 민감한 기술의 유출 가능성 때문에 프랑스나 독일보다는 상대적으로 일본을 선호하고 있다며 비숍 장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현재 호주 잠수함 수주 경쟁에서는 일본과 프랑스가 경합하고 독일은 기술적인 우려 때문에 한발 뒤처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초 미국이 프랑스 측이 호주 잠수함을 제조할 경우 첨단무기 기술의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호주 잠수함 사업 수주를 통해 본격적인 무기 수출 길을 트려는 일본도 잠수함 수출 경험이 없는 데다 최종 입찰 제안서에서 상세한 자금 계획을 담지 않아 감점 요인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