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달리 실리콘밸리를 거의 가지도 않았는데 작년 4분기 이곳의 5대 기술기업에서 클린턴보다 더 많은 후원금을 모금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작년 10∼12월 샌더스 의원이 실리콘밸리의 5대 대형 기술기업의 직원으로부터 모금한 후원금은 10만5천 달러(1억2천573만 원)에 가까웠다.

작년 1분기에 비해 4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이자, 같은 기간 클린턴 전 장관이 이 기업들로부터 거둔 후원금보다 1만 달러 많은 액수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의 실리콘밸리 후원금 그래프는 1년 내내 평탄했다.

WSJ은 정치자금 후원을 안했던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샌더스 돌풍'에 지갑을 여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샌더스 의원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소액 기부자에 의존하고 있다.

그의 선거 캠프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의 돈 많은 부자들과 일반 주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면서, 샌더스 의원이 이슈화한 소득불평등 문제가 지역 표심을 파고들 것으로 기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동안 정기적으로 방문해 후원행사에 참석하는 등 실리콘밸리를 부지런히 챙겼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미국간호사협회의 지지선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작년 8월에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를 찾는 등 지난 여름 이후 현지를 3번 방문했을 뿐이다.

WSJ은 뉴햄프셔 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했으나 앞으로 있을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샌더스 의원에게 후원금 답지가 '원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작년 20개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는데 이중 절반이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기술기업이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