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코스를 17년 만의 슈퍼볼 우승으로 이끈 '세기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40)은 은퇴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매닝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로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롤라이나 팬서스와의 NFL 챔프전인 제50회 슈퍼볼에서 덴버의 24-10 승리를 이끌고 개인 통산 두 번째 슈퍼볼 우승 반지를 꼈다.

많은 이들이 덴버의 우승 직후 매닝의 은퇴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매닝은 그 질문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매닝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로 답을 대신 했다.

매닝은 슈퍼볼 독점 중계사인 CBS 스포츠와의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은퇴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시간을 좀 가질 것이다.

그전에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키스해주고 싶고, 빨리 가서 가족들을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맥주 브랜드의 하나인) 버드와이저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매닝은 이날 23회 패스 시도 중 13개를 성공, 141 패싱 야드를 기록했다.

터치다운 패스는 한 개도 연결하지 못했지만, 강력한 수비의 도움으로 자신의 개인 통산 200번째 승리를 슈퍼볼 우승으로 완성했다.

19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화려하게 NFL 무대에 등장한 매닝은 이번 슈퍼볼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 확실시된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에서 14시즌, 덴버에서 이번까지 4시즌을 뛴 매닝은 정규리그에서 다섯 차례(2003·2004·2008·2009·2013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명실상부한 NFL 최고의 쿼터백이다.

통산 패싱 야드(7만1천940야드)에서 2위인 드류 브리스보다 1만1천야드나 앞선 독보적인 1위이고, 통산 터치다운 패스(539개)에서도 NFL 역대 1위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매닝이 정규시즌에서는 최고의 쿼터백일지 몰라도 플레이오프에서 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매닝을 NFL 역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꼽는데 주저한다.

특히 매닝이 이번 슈퍼볼 전까지 인디애나폴리스 시절인 2007년에 단 한 차례 슈퍼볼 우승을 이끈 점을 들어 매닝이 최고의 쿼터백이라면 어떻게 슈퍼볼 우승과는 인연이 없을 수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매닝이 쿼터백과 관련한 거의 모든 기록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평가절하된 이유다.

일부는 슈퍼볼에서 4승 무패를 기록한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태나, 슈퍼볼 4회 우승에 빛나는 톰 브래디(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매닝보다 어쩌면 더 나은 쿼터백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몬태나가 슈퍼볼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리그 수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팀이었다.

실제로 몬태나는 1981년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챔피언십에서 3개의 인터셉션을 허용하고, 1개의 펌블을 기록했지만, 이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끝내 승리했다.

이에 반해 매닝은 올 시즌 덴버가 수비의 팀으로 변모하기 전까지만 해도 공격에서 비교 우위가 있는 팀에서만 뛰었다.

매닝과 몬태나를 슈퍼볼 우승 횟수이라는 잣대로 비교할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그리고 매닝은 이번 슈퍼볼에서 불혹이 넘은 나이에 개인 통산 두 번째 슈퍼볼 우승 반지를 손에 넣으며 누가 NFL 역대 최고의 쿼터백인지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매닝이 이번 슈퍼볼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결말은 없을 것이다.

(산타클라라<미국 캘리포니아주>·서울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