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대선 레이스를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후보가 지난 31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 결전을 하루 앞뒀다.

트럼프 후보는 일요일인 이날 아이오와 주 남서부 도시인 카운슬 블러프스의 한 초교파 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트럼프 후보는 그러나 예배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성찬식에 쓰이는 은접시를 헌금용 접시로 착각해 주머니 속에서 몇 장의 지폐를 꺼내 올려놓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 교회의 목사는 예배가 끝난 뒤 트럼프 후보의 어깨에 손을 얻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그의 결정을 인도해주소서"라고 기도해줬고, 이에 트럼프 후보는 "내게 꼭 필요한 기도였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크루즈 후보는 웨스트 디모인 시의 루터파 희망교회에서 가족과 함께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이 교회는 무려 1000여명의 정기출석 교인들을 가진 아이오와 굴지의 대형교회다.

크루즈 후보는 예배가 끝난 뒤 20여분간 참석한 교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셀피'(휴대폰을 이용해 스스로 촬영한 사진)를 찍는가 하면 일부 지지자들과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기도했다"고 말했고, 경쟁후보인 트럼프와 마르코 루비오 후보를 위해서도 기도했느냐는 질문에 "목사님이 부탁한 일의 하나가 적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와 크루즈가 '결전'을 하루 앞두고 교회로 향한 것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현 판세흐름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심 향배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전인 2012년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한 공화당 유권자의 57%가 자신을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당시 하위권이었던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주 상원의원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필적하는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이들의 열성적 지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8년 침례교 목사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하는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아이오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심은 현재 트럼프와 크루즈 사이에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고 미국 CNN 등이 보도했다.

신앙적 측면으로만 보면 독실한 남침례교 교인이고 부친도 순회 전도사를 지낸 크루즈 후보가 가장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트럼프 후보는 스스로를 공식 장로교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등에나 교회를 찾는 기념일 신자로 알려져있다.

특히 한때 민주당적을 갖고 있었고 낙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던 트럼프 후보를 대다수 보수 기독교인들은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들의 표심이 크루즈 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은 '당선 가능성' 때문이라는 게 CNN의 분석이다.

75세의 은퇴 교사인 폴 톰슨은 CNN에 "크루즈가 나와 같은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 대선후보 1순위로 찍고 있다"라며 "그러나 점점 트럼프 쪽으로 끌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우리는 이기는 후보를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8일 공표된 월 스트리트 저널과 NBC, 마리스트 폴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31%가 트럼프를 지지했고 크루즈는 28%를 얻었다.

지난 26일 CNN이 전국 단위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39%가 트럼프를, 25%가 크루즈를 지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크루즈 캠프는 트럼프가 과거 낙태에 찬성한데다가, 기독교인으로서 신뢰할 수 없는 언행을 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크루즈를 지지하는 한 슈퍼팩(미국 연방선거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무제한으로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 조직)은 최근 제작한 광고에서 트럼프가 1999년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낙태에 찬성한다"고 발언한 대목을 집중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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