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섬세한 취향에 자부심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고가의 수제 맥주와 커피, 유기농 식품시장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를 중심으로 가격을 따지기보다 개성을 우선시하는 구매 형태가 대중화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시장 바꾸는 밀레니얼세대…고가 수제 맥주·커피 판매 '불티'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미국 세대이론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처음 사용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 질서와 연계해 정의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말 출생)’의 뒤를 잇는다. X세대 다음 세대라고 해서 Y세대로 불리거나 컴퓨터 등 정보기술(IT)에 친숙하다는 이유로 테크세대라는 별명을 갖고도 있지만 지금은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이들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심이 많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품들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고 SNS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취향을 알리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특징이 식음료 중심의 고가 맞춤형 소비재 판매를 촉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제 커피시장 2000년 이후 세 배↑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고가 원두로 추출한 프리미엄 커피의 글로벌 매출이 지난해 487억달러에 달했다. 2002년 이후 세 배가 늘어난 규모다. 수제맥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만 해도 한 자릿수에 그쳤으나 지금은 19%까지 치솟았다. 유기농 음식 소비도 2003년 이후 11년 만에 두 배 증가한 294억달러로 집계됐다.

FT는 “대량 생산된 제품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힙스터형 소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힙스터(hipster)란 194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단어로, 유행을 따르지 않고 고유한 패션과 음악 등을 강조하는 부류를 뜻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동안 X세대나 전후세대인 베이비부머보다 소비력이 신통치 못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제 형편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주나 커피 식품 등 목돈이 들지 않는 품목에서는 소비가 줄지 않았고 개성을 극대화하는 씀씀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결과가 프리미엄 식음료 시장의 확대다.

콩고나 르완다에서 최고급 원료를 직수입해 제조한 술로 칵테일을 만들어 파는 피버트리의 사스키아 메이어 마케팅부장은 “우리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가격보다 맛과 향은 물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흥미로운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역사와 전통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대응책 마련 분주한 식음료 회사들

목돈은 없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 수준은 나쁘지 않다. 더글러스 맥윌리엄스 이코노믹비즈니스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밀레니얼 세대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부양가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소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조사대상 23개국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소득이 전체 평균 소득을 밑도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에 그쳤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으로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네슬레와 허쉬 등 식품업체는 제품에서 인공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맥도날드도 유기농 식품시장에 뛰어들어 소형 업체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 음료업체들은 개인적인 취향을 1 대 1로 만족시키는 소규모 회사를 인수하기도 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