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북동부 헤시피 "삶이 뒤집혔다"…병원 앞엔 밀려드는 소두증 환자로 긴 줄

"버스에서 어떤 사람이 '애 머리에 뭐가 잘못됐나요?'라고 물었을 때 화가 나서 '잘못된 건 없어요.

다를 뿐이죠'라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그래, 뭔가 잘못됐지'라고 생각했어요."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 헤시피의 오스왈도 크루스 병원까지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생후 3개월 된 아들 아서를 데려왔다는 어머니 호질리니 페헤이라는 아들의 작은 머리를 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페헤이라는 임신 2개월째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병원에는 소두증 아기를 데려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유아병동 밖 망고나무 아래 그늘 밑까지 줄이 이어졌다.

페헤이라는 "내 아들은 다른 소년들과 절대 같을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떻게 아들을 돌볼 수 있을지, 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걱정된다"고 탄식했다.

페르남부쿠 주와 헤시피는 브라질 내에서도 빈곤 지역에 속한다.

전 세계 20여개 국가로 퍼져 나간 이번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사태는 이 지역에서 가장 먼저 똬리를 틀었다.

1920년대에 설립된 오스왈도 크루스 병원은 이 지역의 유서 깊은 병원이지만 에어컨 없는 대기실, 놀이터의 녹슨 그네, 모기가 자랄 수 있는 곳곳의 물웅덩이 등 열악한 시설을 감추지 못했다.

1973년부터 이 병원에서 근무한 유아병동 담당 의사 안젤라 호샤 박사는 "산모들은 소두증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희망하지만, 내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면 초점을 잃고 허공을 응시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호샤 박사는 "다른 산모들은 현실을 알게 되면 그저 눈물을 터뜨린다"고 전했다.

2개월 전 낳은 8번째 아이가 소두증 진단을 받은 세우마 아우베스 지 올리베이라의 삶도 격변했다.

남편과 함께 콩과 감자를 재배해 생계를 꾸리는 올리베이라는 "우리 삶은 완전히 뒤집혔다"며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

딸을 사랑하고 가장 잘 보살피고 싶지만, 어렵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가을 전까지 브라질의 소두증 환자는 매년 150명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는 4천180건이 보고됐다.

현재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는 약 150만 명으로 추정된다.

헤시피의 신경학자로 지난해 소두증 증가 현상을 포착한 바네사 판데르 린덴 박사는 "병원으로 아기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 6개월 새 평소보다 10배 많은 60건을 진단했다"고 말했다.

린덴 박사는 산모들을 상대로 톡소플라스마증,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풍진 등 태야 기형을 초래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검사해봤지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지카 바이러스가 조사 선상에 올랐다고 한다.

급증한 소두증 환자들을 보살피는 헤시피의 의료진은 정부가 모기 박멸에서 백신 개발에 이르기까지 지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린덴 박사는 "통계 관련 학술적 논의를 하는 것은 좋다.

이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소두증 증가를 다루는 현장에 있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