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도 임종기를 맞은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품위있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프랑스판 '웰다잉법(Well-Dying)'이 시행된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수면 상태에서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프랑스 상·하원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에 따르면 회생 불가능한 환자는 앞으로 인공적인 수분·영양 공급 등의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수면유도제를 투여받아 편안한 수면 상태에서 삶을 마칠 수 있다.

단, 환자의 임종이 가까운 것으로 판단될 때만 이 법이 적용 가능하다.

특히, 환자가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태더라도 가족들과 상의 등의 절차를 거치면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은 치사 약물을 투여하는 안락사나 조력 자살 합법화와는 차이가 있다.

법안은 집권당인 사회당과 야당 의원들의 합의로 통과됐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사회당의 알랭 클레이는 국회 연설에서 "법안의 목적은 오직 하나"라며 "프랑스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는 '나쁜 죽음'에 맞서 싸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2005년부터 말기 환자에 한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처럼 본인의 의지를 밝힐 수 없는 경우나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을 권리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논란은 수년간 지속됐다.

최근에는 8년 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뱅상 랑베르의 가족들이 그의 치료를 계속할지를 두고 입장이 나뉘면서 안락사 허용 논란에 불이 붙었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해 6월 의료진이 그에 대해 치료를 중단해도 된다고 판결했으나, 연명 치료 중단에 반대하는 랑베르의 부모가 법정 대리인 지정을 요청하면서 법적 절차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다른 유럽 국가 중에서는 2001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에서는 지난해 2천21건의 안락사가 시행됐다고 정부 안락사위원회가 밝혔다.

이는 2002년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후 최대치로, 안락사 시행 건수는 2011년 1천133건으로 처음 1천 건을 넘어서는 등 매년 증가 추세다.

한국에서는 지난 8일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법', 이른바 '웰다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