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버지니아·펜실베이니아에 비상사태 선포…오바마도 전용헬기 이용 포기

워싱턴DC와 뉴욕 등 대도시를 포함한 미국 동부가 주말에 들이닥칠 눈폭풍 탓에 비상이 걸렸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대서양 연안에 있는 중·동부 주들에 최고 시속 100㎞에 육박하는 눈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보됐다.

이 때문에 피해가 우려되는 주와 도시들은 주말에 집에 꼼짝 말고 붙어 있으라고 주민들에게 일제히 당부했다.

미국 기상청은 이번 눈폭풍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주민이 6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워싱턴DC는 금요일인 22일 밤부터 길게는 24일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

근처 볼티모어를 포함한 이 지역에는 22일부터 62∼76㎝에 이르는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적설량 2.5㎝를 기록한 워싱턴DC에서는 주요 간선도로가 마비되고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불길한 조짐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악천후 탓에 전용헬기인 마린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백악관까지 승용차로 거북이걸음을 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22일 오전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휴교령을 내리기로 했다.

기상 당국은 기온이 떨어져 빙판길이 형성되는 데다가 눈보라 주의보도 23일 저녁까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토·일요일에 강풍과 함께 20∼30㎝의 적설이 예상된다며 승용차를 이용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자택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만일의 사태를 위해 주 방위군 500명을 대기하도록 했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이미 전날부터 이날까지 767건의 교통사고, 392건의 차량고장 사고를 처리했다.

톰 울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폭설예보에 따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상황 추이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울프 주지사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날씨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날씨가 미치는 영향에 대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눈보라, 적설, 기온강하에 따른 빙판 때문에 미국 동부의 항로도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22일 샬럿, 노스캐롤라이나, 23일 워싱턴DC, 볼티모어, 24일 필라델피아로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폭설 때문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불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워싱턴DC에서는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실제로 2010년 2월 폭설 때문에 수만 곳에 이르는 지역에 전력공급이 끊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지역의 생활필수품 매장에는 폭설 예보와 함께 주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우유, 빵, 휴지 같은 생필품뿐만 아니라 추위와 눈에 대비할 난로, 삽, 썰매 같은 물품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지역 방송인 WJLA-TV는 "무엇이 들이닥치는지 아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예보를 듣고 준비하려고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