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8대 띄워 에스코트…대통령이 공항나가 직접 영접

세계 최대의 '큰손'인 중국의 최고 지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주요 중동국가들의 구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일(현지시간) 전투기 네 대를 띄워 사우디를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를 호위하며 극진한 예우를 해 눈길을 끌었다.

또 왕가 실세인 무하마드 빈 살만 제2 왕위 계승자가 공항에 나가 시 주석을 맞이했다.

시 주석은 사우디에서 백마 탄 근위병들의 호위를 받는가 하면, 살만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가장 권위 있는 압둘 아지즈 왕 메달도 받았다.

유가급락 충격에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으로 빠르게 산업구조 전환을 가속하고 있는 사우디는 중국의 기술과 자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은 두 번째 행선지인 이집트에서 더욱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이집트 정부는 20일 사우디를 떠나 카이로를 향해 날아오는 시 주석의 전용기를 호위하기 위해 8대의 전투기를 띄웠다.

사우디보다 배가 많은 숫자다.

외국정상 전용기 호위 임무에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두 대의 전투기가 동원된다.

공중에서 오와 열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전투기의 호위 임무에는 고난도 조종 기술이 필요해 국가관계가 상당히 친밀한 경우가 아니라면 6대 이상의 전투기를 의전에 투입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공항 영접 의전도 사우디보다 격을 높였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직접 카이로 공항에 직접 나가 시 주석을 맞이했고 이집트 현지 국영TV가 이 장면을 중계했다.

중국 정상이 이집트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12년 만의 일이다.

외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는 이집트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을 앞두고 엘시시 대통령 주재로 내각회의까지 소집하는 등 빈틈없는 준비를 해 왔다.

이집트는 시 주석 방문기간 중국으로부터 10억 달러 상당의 차관을 지원받는 안건을 논의하고 철도사업을 비롯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마지막 행선지인 이란에서 어떤 환대를 받을지가 벌써부터 세계 외교가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시 주석의 이번 중동 외교전에 대한 최대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란의 관계 격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국면에도 에너지 협력을 중심으로 한 협력관계를 꾸준히 격상해온 대표적인 나라라는 점에서 이란 역시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시 주석을 영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안보 측면에서도 비교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을 공동 견제해온 이란에 사우디, 이집트와는 차원이 다른 '돈보따리'를 풀어제끼며 양국 관계를 더욱 격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최근 핵무기 관련 경제·금융 제재가 전면 해제돼 국제사회로 복귀한 상황이어서 대이란 투자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 산업국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카이로·베이징연합뉴스) 한상용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