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시마 공양탑 6번째 방문한 서경덕 교수 목소리 높여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 어긴 채 안내판 급조해 역사 왜곡"

"일본 나가사키(長崎)시가 다카시마(高島)의 한국인 강제 징용자 공양탑 가는 길을 폐쇄한 것뿐만 아니라 새롭게 설치한 다카시마 신사(神社)의 안내판에도 '강제징용' 사실은 표기하지 않고, 잘못된 역사적 내용만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18∼20일 다카시마 공양탑을 현장 답사하고 돌아와 21일 연합뉴스에 이메일로 전한 내용이다.

나가사키시는 지난해 12월 말 공양탑 가는 길을 폐쇄했다.

다카시마는 일본 군수 대기업인 미쓰비시(三菱)가 한국인을 강제 징용한 탄광 섬의 하나로, 일제강점기 수많은 한국인이 끌려가 비참하게 일하다 목숨을 잃었는데도 일본의 근대화 관광지로만 알려졌다.

당시 미쓰비시는 한인 유골 매장지를 알린다는 명목으로 공양탑을 세웠지만, 무성한 수풀 한가운데 방치돼 있는 데다가 위패조차 불에 타 사라진 상태였다.

지난해 9월 MBC TV '무한도전'팀과 서 교수가 소개해 세상에 알려졌고, 많은 시청자가 공양탑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서 교수팀이 네티즌 모금 운동을 펼쳐 진입로를 정비하고 안내판을 설치했다.

서 교수는 "폐쇄 이후 현장을 답사한 결과 나가사키시의 역사 왜곡은 계속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가사키시는 한국 사람의 방문이 어나는 것이 두려웠는지 모든 안내판을 새롭게 만들어 설치했다"면서 "나무토막 몇 개를 이어붙여 안내판을 급조했고, 강제징용 사실을 은폐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덧붙였다.

다카시마 신사 위령비 앞에 세운 안내판에는 "구 공양탑의 유골은 오랜 세월 추도 공양을 실시하기 위해 긴쇼지(金松寺) 납골당에 안치해 뒀다"고 적었다.

공양탑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이 안장돼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측의 안내판 설치 허가 요청을 불허한 나가사키 시 당국의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폐쇄한 공양탑 가는 길을 다시 열기 위해 연초부터 나가사키시에 계속 연락했지만 관련 부서마다 담당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미쓰비시 측에도 자료 요청을 했는데 '모든 자료가 불에 타서 사라졌다'고만 말하고 있어 답답합니다.

"
서 교수는 이번 답사에서 나가사키시가 다카시마 탄광 및 자료관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한국어·일본어·영어 등 3개국어로 새롭게 제작해 다카시마항 터미널 안내소에서 비치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는 이곳을 6차례 방문했다.

그는 "지난 7월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혁명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일본 대표단이 강제노역 인정과 희생자 추모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사키시는 오히려 강제징용 사실을 감추려고 다카시마와 하시마(端島·군함도) 자체를 '관광지'로만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카시마항 터미널에서 판매하는 '하시마 팝콘', '군함도 쿠키' 등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일본의 역사 왜곡 현장을 사진과 글로 꾸준히 남길 계획이며, 이 자료들을 모아 다국어로 책을 펴내 전 세계 주요 도서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