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내려가면서 미국 에너지업계에 파산이 심각해진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울프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업체들 가운데 최대 3분의 1이 내년 중반까지 파산에 몰리거나 구조조정을 당할 것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최저 50달러는 돼야 일부 업체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로펌인 헤인스 앤드 분에 따르면 유가가 하락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0여개의 영세 업체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로, 이들의 부채만도 합계 130억 달러에 이른다.

컨설팅 회사인 앨릭스파트너스에 다르면 북미의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에 머무는 요즘에는 매주 2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코언 앤드 컴퍼니는 미국 생산자들이 올해 예산을 2014년보다 51% 적은 896억 달러로 삭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축소폭은 최악의 유가 하락 사이클이 도래했던 1980년대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투자은행들과 석유 애널리스트들, 에너지 업계 고위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석유의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와 골드막 삭스, 씨티그룹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달러화의 강세,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산유국들이 증산을 멈출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유가가 30달러 문턱을 통과, 단기간에 20달러대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이번주에 나온 보고서에서 현재의 시장 환경은 최악의 유가 하락이 발생했던 1986년보다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의 마틴 라츠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유가 하락 사이클은 과거 5회의 하강 사이클보다 더 깊고 길다고 말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유가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의 생산업체들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양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활황기에 막대한 부채를 진 석유와 가스 회사들은 이자를 상환할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 생산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으로써 더욱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S&P 캐피털 IQ에 따르면 샌드리지 에너지와 에너지 XXI, 헬컨 리소시즈와 같은 기업들은 지난해 3분기의 매출 가운데 40% 이상을 이자 상환에 소진했다.

에너지 XXI의 그렉 스미스 IR담당 부사장은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9억 달러 이상의 회사채를 되사들였다고 말했다.

재정상태가 좋은 기업들 조차도 증산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 셰일 오일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업체들인 코노코 필립스와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시즈는 올해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파이오니어 리소시즈의 스코크 셰필드 CEO는 저유가 상황이지만 자사 유전들의 채산성이 높은 덕분에 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14억 달러의 신주를 성공적으로 매각할 수 있었다.

반면에 궁지에 몰려 있는 회사들은 자산을 매각하거나 크레디트 라인을 연장함으로써 버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1천억 달러가 넘은 사모펀드의 자금이 에너지 회사들의 자산 매각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한 회사들을 인수하게 되면 거액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대형 합병이나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대기 자금들은 자산이 헐값에 매물로 나오는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