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업무용 사무실 임대료가 뉴욕 맨해튼을 추월했다. 가까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열풍에 샌프란시스코 임대료가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월가까지 제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구글의 힘'…미국 샌프란시스코 임대료, 맨해튼 추월
◆사무실 월임대료, 서울의 44배

뉴욕타임스(NYT)는 10일 미국 상업용 부동산업체 CBRE그룹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 4분기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평균 월 임대료가 제곱피트당 72.26달러로, 맨해튼의 71.85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제곱미터(㎡)로 환산하면 샌프란시스코는 777.80달러(약 93만9000원), 맨해튼은 773.39달러(약 93만4000원)다. 부동산종합자산관리회사 젠스타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해 4분기 사무실 임대료는 ㎡당 평균 2만1294원이다.

CBRE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임대료 상승률이 14%로, 맨해튼(7%)의 배에 달하면서 2000년 초반 ‘닷컴 열풍’ 이후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임대료가 맨해튼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NYT는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를 미친 듯이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스타트업 열풍을 꼽았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어 ‘유니콘’으로 불리는 벤처기업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수많은 신생기업이 이 지역으로 밀려들면서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CBRE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29%는 기술기업이 쓰고 있다”며 “과거 닷컴열풍 때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이 밀집한 지역은 월 임대료가 제곱피트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다.

헤지펀드 등이 주도하는 맨해튼 부동산시장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형 투자은행(IB)의 인력 감축과 헤지펀드 수익률 악화 등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활력을 나타내진 못한다는 분석이다.

◆주거용은 2013년 이미 추월

업무용이 아닌 주거용 아파트 임대료는 샌프란시스코가 2013년부터 맨해튼을 넘어섰다. 부동산 정보서비스업체 점퍼닷컴에 따르면 이달 샌프란시스코의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3490달러(중간값 기준)로, 맨해튼(3280달러)을 제치고 미국 내 최고를 기록했다. 3위 보스턴(2390달러)보다 약 50% 비싸다. 인근 오클랜드(4위·2210달러)와 새너제이(5위·2200달러)까지 포함하면 미국에서 월세가 가장 비싼 도시 5개 중 3개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거용 아파트는 물론 사무실 임대료까지 폭등하자 이곳을 떠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기업 ‘99디자인’은 약 6개월 전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오클랜드로 사무실을 옮겼다. 통상 건물주가 7년 임대계약을 요구하는데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긴 기간이라는 점도 스타트업이 샌프란시스코 외곽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원인이다.

NYT는 “샌프란시스코의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은 경제에 거품이 끼었다는 방증이며,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