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을 놓고 전통 강자인 일본과 신흥 강자인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오랫동안 일본의 ‘뒷마당’으로 불렸다. 이 지역은 일본 다국적 기업들의 중요한 생산기지였다. 2014년 아세안과 일본의 교역액은 2290억달러(약 270조원)로 2000년 1280억달러에서 두 배가량 커졌다.

일본은 중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아세안의 세 번째 수출대상국이자 수입대상국으로, 아세안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9.3%와 9.4%를 차지했다. 각각 11.6%와 17.5%를 차지한 중국에 비해 낮다. 하지만 이는 많은 일본 기업이 아세안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아세안 역내 무역의 상당 부분이 일본계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2013년 기준 아세안의 일본계 기업 생산액 가운데 32.5% 정도는 역내 교역을 통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도요타가 1964년 태국에 동남아 최초의 현지 공장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현재 혼다, 닛산, 미쓰비시, 스즈키 등 8개 일본 자동차 업체가 태국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이 태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만 연간 220만대에 달한다.

최근 들어선 아세안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부쩍 커졌다. 2014년 중국과 아세안의 무역액은 4800억달러(약 565조원)로 1991년에 비해 70배 증가했다. 2002년 이후 연평균 20% 이상씩 늘었다. 중국과 무역 거래가 확대되면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에는 이미 위안화 결제거래소가 들어섰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은 2014년 6월 중국 업체로는 최초로 태국에 5만대 규모의 승용차 생산 공장을 세우고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주한 자카르타~반둥 간 약 150㎞ 구간의 고속철도 공사도 수주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