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위상 높여 AIIB '날개'…중국 '금융굴기' 속도 붙었다
2015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의 ‘굴기(起·떨쳐 일어섬)’가 본격화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에 맞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고,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바스켓 통화로 편입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으로 ‘제조업 대국’ 지위에 올라선 중국이 이제는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펼쳐왔다. 금융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제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9.0%에서 2012년에는 22.4%까지 급상승했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지난해엔 18조881억달러로 미국(17조3481억달러)을 추월했다.

위안화 위상 높여 AIIB '날개'…중국 '금융굴기' 속도 붙었다
이처럼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마이너리그’에 머물러 있었다.

중국 주식시장 규모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2014년 말 기준)에 불과하고, 채권시장 규모는 8분의 1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본격 추진할 것임을 선언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경제 규모에 걸맞은 대접을 받겠다는 뜻이었다.

중국의 첫 번째 ‘금융굴기’는 AIIB 설립으로 구체화됐다. AIIB란 아시아 지역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국제금융기구다. 중국이 AIIB를 설립하면서 내건 명분은 아시아 지역에서 각종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 수요에 비해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자금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올초만 해도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은 AIIB의 성공적인 출범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국 일본 등이 반대하고 있어 설령 출범하더라도 군소 국가만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 국가들과 미국의 우방 국가인 한국 등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AIIB는 당초 예상을 깨는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등 서구 언론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에 중국이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은 이어 위안화를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에 이은 3대 글로벌 통화 지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말 열린 IMF 이사회에서 내년 10월부터 위안화를 SDR을 구성하는 바스켓 통화로 편입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위안화는 SDR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92%로 미국 달러화(41.73%) 유로화(30.93%)에 이어 세 번째로 단숨에 일본 엔화(8.33%)와 영국 파운드화(8.09%)를 제쳤다. SDR은 유사시에 대비한 준비자산으로 실제로 거래된 적은 없다.

SDR 편입이 당장 위안화의 국제 위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축통화 자리를 둘러싼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간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