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크본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글로벌 정크본드 시장까지 불안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지난주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서드 애비뉴의 정크본드 환매 중단 결정과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기업 도산 등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정크본드를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자산규모가 가장 큰 정크본드인 '아이쉐어스 $ 아이박스 고금리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지난 11일 2%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1.5% 떨어져 주당 78.34달러까지 내려왔다.

펀드 거래량은 최고조에 달했다.

펀드의 하루 인출액은 5억6천만달러를 기록해 하루 유출액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해당 펀드의 운용사인 블랙록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같은 날 컨퍼런스 콜을 가졌다.

블랙록 산하 아이쉐어스의 매트 터커 채권 전략 부장은 "오늘 여러 투자자로부터 많은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회사는 환매를 결코 중단한 적이 없으며 환매에 대한 회사의 능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드 애비뉴 매니지먼트가 정크본드 유동성 압박에 7억8천900만달러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하고 청산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하면서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투매 압박이 높아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고금리 신용 펀드인 '루시더스 캐피털 파트너스'는 전체 포트폴리오를 청산하고 내달 투자자들에게 운용자금 9억달러 가량을 되돌려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뉴욕의 '스톤 라이언 캐피털 파트너스'도 자금 유출 압박에 투자자들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펀드런이 악화하면서 4억달러 규모의 신용 헤지펀드에서 환매를 중단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크본드의 10~15% 가량이 대규모 자금인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초부터 유가 급락에 관련 기업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고금리 회사채인 정크본드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고금리 회사채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여기에 서드 애비뉴 사태로 정크본드에 대한 우려는 채권시장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번지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채권 보유량을 크게 줄이면서 전통적으로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해왔던 은행의 기능이 축소된 점이 이러한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윌밍톤 트러스트의 윌 스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에너지나 광업 관련 회사채를 보유했더라면 지난주 아마 이를 팔지 못했을 것이라며, "유동성이 매우 형편없는 상황(terrible)"이라고 전했다.

정크본드 시장을 줄곧 경고해온 월가 대표적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은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고금리 ETF의 "매도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시장에 너무 쉽게 뛰어들었다며 그동안 정크본드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 캐피털 창립자도 정크본드 가격 하락을 경고하며, 이런 환경에서의 금리 인상은 위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너드는 CIO는 "리스크라면 이것이 더 큰 문제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전이가 나타난다면, 가장 취약한 펀드는 (그동안) 크게 하락한 것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정크본드 시장에 대한 우려가 유럽과 신흥국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정보제공업체인 마르키트에 따르면 5년 만기 유럽 고금리 회사채 신용디폴트스와프(CDS)프리미엄은 2개월래 최고치에 달했다.

1천만 달러짜리 회사채가 부도가 날 경우에 대비한 프리미엄(보험료)은 연 36만 달러를 기록, 1주일 전의 29만4천 달러보다 크게 높아졌다.

원자재 관련 회사채가 특히 타격이 크다.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회사채 부도대비 보험료는 하루 만에 1천만 달러당 8만7천 달러 상승해 연간 92만 3천 달러까지 올랐다.

독일 티센크루프의 회사채 부도비용도 하루 만에 5만 달러가 상승, 연 31만 달러까지 올랐다.

마르키트의 사이먼 콜빈 애널리스트는 이는 "상당한 움직임"이라며 "일부 시장에 고통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회사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가시지 않고 있다.

신흥국의 회사채가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크본드 시장이 무너질 경우 신흥국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국의 회사채 규모는 2014년까지 지난 10년간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시장 회사채가 크게 증가했다.

자금 환경이 경색될 경우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시장은 상당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펀드자료 제공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대표적인 15개 신흥국 회사채펀드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순유입된 자금은 총 657억 달러다.

그러나 올해 들어 11월까지 해당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49억 달러로 2013년 전체 유출액을 넘어섰다.

JP모건신흥시장채권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신흥시장 펀드 가격은 2%가량 하락했다.

문제는 미국 고금리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의 상당수가 신흥시장 채권에 펀드의 최대 20%까지를 투자한 상태여서 미국 채권시장의 어려움이 곧바로 신흥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상당수 투자자가 신흥시장 채권에서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신흥국의 직접적 여파는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아서 라우 신흥시장 채권 공동 부장은 "연초에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펀드 유출이 있었다"라며 "미국의 정크본드 매도세가 신흥국의 채권매도를 촉발하겠느냐고 묻는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여지는 제한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