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지표와 '예측 속 예측' 유행
내년도 각국 정상 표정 어두울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정상 얼굴 표정으로 본 내년 경기·환율 예측

요즘은 예측기관의 전망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참고지표를 잘 설정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예측서 표지에 실린 각국 정상의 표정으로 경기와 주가, 환율을 내다보는 ‘예측 속 예측’ 기법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각종 내년 예측서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룬 정상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하지만 표정은 밝지 못하다. 유로 경기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크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 회원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리 독립운동으로 유럽통합도 험난하다.

가장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유로화 가치가 ‘1유로=1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등가 수준은 유로화 출범 당시 11개 회원국과 미국의 경제 규모가 같다는 데서 설정했던 출발선이다. 회원국이 19개국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하나의 유럽 구상’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추진해온 유럽통합의 실질적인 퇴보를 의미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정상 얼굴 표정으로 본 내년 경기·환율 예측

메르켈 총리와 같은 운명을 걸어야 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표정은 더 어둡다. 두 국가가 당면한 유럽연합(EU) 탈퇴, 파리 테러 문제가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밀려드는 난민 등으로 자국민의 유럽통합 탈퇴 요구가 강한 것도 두 정상을 힘들게 하는 대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표정도 가장 우울하다. 1년 남짓 남은 재임기간에 내부적으로는 총기규제,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 당장 손봐야 할 난제가 선적해 있다. 나라 밖으로는 ‘이슬람국가(IS)’ 테러, 남중국해 인공섬 분쟁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메르켈 총리 좌측에서 편안하게 짓고 있는 웃음은 권력이동이 어디로 갈지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오른쪽에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7년 만의 대전환’인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하지 못해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가장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상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다. 2021년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13·5계획’을 추진하는 첫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법치주의를 확립해 오염된 경제시스템을 청소하고 일하는 만큼 돌아가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신개발은행(NDB)도 출발한다. 중국 중심의 ‘팍스시니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첫해부터 성과를 내야 주도권이 더 강해진다. 내년 10월1일부터는 위안화의 SDR(특별인출권) 편입이 발효된다. 달러화에 버금갈 만한 중심통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시 주석의 야망인 만큼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 빠졌던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구석이긴 하지만 표지인물로 등장했다. 2018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겉으로는 웃고 있다. 하지만 추진 3년째를 맞는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어 속은 편해 보이지 않는다.

엔화 가치 향방도 알 수 없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엔화 약세 요인이다. 하지만 엔화는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가 주장하는 ‘안전통화 저주’에 걸려 있다. 종전에도 일본은 경기가 침체하면 오히려 엔화 가치가 강세를 띠는 현상을 반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꼈던 검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IS 테러’ 응징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루블화 위기’에 몰렸던 경제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어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표정이다.

가장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정상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다. 출범 2년 동안 자국민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강한 기대와 인상을 줬다. 돈과 사람, 기업이 모두 인도로 몰려간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야당 반발 등의 변수가 있지만 상품서비스제(GST) 도입 등을 통해 인도 개혁의 최대 장애인 복잡한 조세행정체계를 손질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표정이 가장 어두운 신흥국 정상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좌파가 잇달아 패하면서 우파 물결이 거세다. 대규모 자금 이탈에 시달리면서 헤알화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올림픽 개최도 불투명하다. ‘탄핵’이라는 최악의 운명이 닥칠지도 모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각종 예측서 표지인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빠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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