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증후군' 몸살…오바마 테러방지책 찬반 엇갈려
2012년 파산신청…주민 떠나면서 `최악의 도시' 전락


지난주 총기난사 테러가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나디노 시가 극심한 `테러 증후군'을 겪고 있다.

샌버나디노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와 사건 용의자들이 경찰과 교전을 벌인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극심한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하면서 향후 제2의 테러 발생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 `테러 트라우마' 확산 = 사건 용의자들이 경찰과 교전을 벌인 현장 인근에 사는 헬렌 메디나(87·여)는 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나는 손자들과 복도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메디나는 "너무 겁이 나 창밖을 내다볼 수도 없었다"면서 "이대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하다"고 회고했다.

루이제 지메네즈(78·여)는 "우리는 이번 총기난사 테러 희생자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총기난사 테러 희생자는 샌버나디노 주민들"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샌버나디노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날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놓고서도 성향별로 찬반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인 로베르토 가르시아(44)는 오바마 대통령의 테러 방지책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르시아는 "25세인 손자가 해군에서 복무 중이어서 말하기 쉽지는 않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파병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인 그의 부인(44)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줬다"면서 "대통령은 테러방지와 관련한 전략을 갖고 있는 듯 했다"고 반박했다.

총기규제와 관련해서는 샌버나디노 주민들의 의견은 `강력한 규제' 쪽으로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

바버라 토바르(67·여)는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대로 `비행금지 명단'(No-fly List)에 올라있는 사람들이 총을 소지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회도 이번에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샌버나디노 인근 치노 시에 거주하는 이슬람 성당 이맘 무함마드 자파룰라는 이번 총기난사 테러에 따른 `반(反) 무슬림' 정서의 확산을 걱정했다.

그는 "총기난사 사건 이후 자신이 봉직하는 이슬람 사원을 겨냥한 협박은 없었지만, 주민들의 무슬림 경계 시선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부인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언급을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어떠한 폭력도 반대하며, 우리 공동체에 테러나 파괴가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 공동체에 테러 조짐이 있을 경우 당국에 신고하고 협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샌버나디노의 숨겨진 `비극' = 총기난사 테러로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구 20만9천 여 명의 샌버나디노 시는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낸 이후 궁핍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샌버나디노 시는 한 때 `중산층의 요람'으로 불리기도 했다.

1970년 당시 샌버나디노 시의 중간 가구소득은 연 5만6천 달러를 기록했지만, 2년 전인 2013년에는 3만7천 달러에 불과하다.

현재 근로가능 주민의 46%만이 일자리가 있다.

시 정부 운영을 위한 수입인 재산세와 판매세 수입이 최근 몇 년 동안 3분의 1 이상 줄었다.

경찰국과 소방국 은퇴자 연금은 턱없이 높아 2012년에는 시 일반예산의 72%가 이들에게 고스란히 들어갔다.

그 해 샌버나디노 시는 4천58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파산신청을 냈다.

게다가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그 빈자리를 신규 이민자나 전과자, LA 인근 갱단들이 들어서면서 최악의 도시가 됐다.

1851년 모르몬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샌버나디노 시는 맥도날드 햄버거의 고향이자 타코벨의 산실이다.

록그룹 롤링스톤스가 그들의 첫 미국 콘서트를 이곳에서 열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