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누구든 나와라"…가상대결 공화후보 모두 눌러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의 민주당 유력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이 공화당 지지율 1위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공화당 후보 누구와 붙어도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년 대선까지 11개월가량의 시간이 있지만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 가도에서 일단 승세를 탄 것으로 미국 언론은 평가했다.

◆히스패닉 유권자층에서 격차 더 커

힐러리 "누구든 나와라"…가상대결 공화후보 모두 눌러
미국 MSNBC 방송이 스페인어 방송채널 텔레문도,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폴과 공동으로 지난 11월15일~12월2일 미국 유권자 236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클린턴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주요 주자인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신경외과 의사 출신 정치평론가 벤 카슨 등과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것으로 나왔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지율 격차는 내년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히스패닉계 유권자층에서 더 컸다.

클린턴은 트럼프와 맞붙었을 때 가장 큰 격차(52% 대 41%)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지율 격차(69% 대 27%)가 더 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클린턴에게 백악관행 직행표를 끊어주는 것과 같다는 일부 정치 평론가의 지적을 뒷받침한다”고 보도했다.

클린턴과 대선에서 겨뤄 가장 경쟁력 있는 공화당 주자는 루비오(48% 대 45%)로 나타났다. 그러나 루비오도 히스패닉 유권자층에선 클린턴보다 19%포인트(57% 대 38%)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내 지지율 2위인 크루즈는 클린턴보다 전체 유권자층에선 7%포인트(51% 대 44%), 히스패닉계에선 27%포인트(61% 대 34%)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크루즈는 미국 몬머스대가 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 가운데 지지율 24%로 트럼프(19%)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클린턴 건강문제 제기

트럼프는 주춤하던 자신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민주당에서도 클린턴이 ‘독주’ 체제를 굳혀가자 내년 본선을 겨냥해 클린턴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아이오와주 데이븐포트를 방문했을 때 “클린턴은 힘이 없다. 하루 유세하면 4~5일은 쉬어야 한다”며 클린턴의 건강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는 올해 만 69세, 클린턴은 68세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7일 “트럼프가 지난주 당내 지지율 36%를 확인한 뒤부터 대선 본선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클린턴의 건강문제를 들고나온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이와 관련,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1초만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면 누가 그(트럼프)의 말에 동의할 수 있겠느냐”며 “만약 그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보다 선거운동이 편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