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터키정부 단속 덕…열악한 난민 어린이 건강 우려

올해 들어 줄곧 증가해온 유럽 도착 난민 수가 지난달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유럽연합(EU) 국가에 도착한 난민 수가 11월에 약 14만 명으로 전달(22만명)에 비해 36%나 줄었다고 1일 (현지시간) 발표했다.

윌리엄 슈핀들러 UNHCR 대변인은 올해 들어 전달 대비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에게해의 악천후와 터키 당국의 인신매매단 단속 등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EU 역내에 도착한 난민 수는 88만6천66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의 4배 규모다.

슈핀들러 대변인은 올해 전체 EU 도착 난민 수 추정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연말까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도착 난민 대부분은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유입되고 있으며 일부는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건너가는 방법 등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작고 낡은 배에 정원의 몇 배를 초과하는 사람이 타고 밀항하다 수많은 난민과 불법이민 시도자들이 바다에 빠져 숨지는 비극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유럽 도착 난민 중 절반 가량은 내전에 찌든 시리아 출신이며. 52%는 어린이와 여성이다.

한편, EU로 입국하지 못한 채 터키와 마케도니아 등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의 생활여건이 극도로 열악하며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은 1일 밝혔다.

UNICEF 대변인은 난민들이 EU 국경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통상 7~10일 동안 제대로 먹거나 쉬지도 못한 채 길에서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케도니아나 터키 등에 도착해서도 텐트 하나에 30~40명이 자며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EU와 터키는 지난달 29일 EU로의 난민 유입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터키에는 현재 약 200만명의 난민이 머무르고 있다.

EU는 터키에 30억유로와 비자 면제 및 EU 가입 협상 재개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에 터키는 불법입국 주선 사업을 하는 인신매매조직 단속 강화, 국경 경비인력 증원, EU 난민 부자격자를 출신국가로 돌려보내는 등의 협조를 하기로 했다.

터키 정부는 협약 이행 의지를 과시하듯 그 다음 날 바로 인신매매조직원들을 대거 검거했으며 바다를 건너 EU로 향하려던 불법 입국 시도자 1천300명을 억류했다고 발표했다.

EU는 터키 내에 있는 난민 중에서 시리아와 이라크인은 난민으로 받아들이되 아프리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국가 출신은 '경제적 이민자'로 분류해 입국을 거부하고 추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