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R 편입 확정된 위안화] 단숨에 세계 3대 통화 된 위안화…70년 달러 패권에 '잽' 날렸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틈을 타 미국 달러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쥐고 있는 헤게모니에 도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로 채택함에 따라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간 글로벌 통화 패권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눈에 띄게 높아진 위안화 위상

중국은 직전 SDR 구성통화 심사 때인 2010년 위안화를 편입시키려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재수’ 끝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제 및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0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과 비슷했지만 2013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국제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에는 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 8월엔 2.79%까지 상승해 일본 엔화(2.76%)를 제치고 세계 4위 결제 통화로 도약했다. 위안화를 통한 무역 결제액 역시 2009년 32억위안에서 지난해 5조8974억위안으로 폭증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위안화의 SDR 편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가들이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금융시장 폐쇄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들이 위안화의 SDR 편입에도 지지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지난 8월 위안화의 기준환율을 산정할 때 시장환율을 적극 반영하는 쪽으로 환율 제도를 개혁했고, 은행 간 채권시장에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의 참여를 허용하는 등 각종 금융 개혁·개방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기축통화 되려면 더 개혁해야”

위안화가 SDR 구성통화로 편입됐다는 것은 세계 각국이 유사시를 대비해 보유하는 ‘준비자산 통화’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중국 국채를 비롯해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을 매년 1%씩 늘릴 경우 앞으로 5년간 최대 1조달러가량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 출범을 기점으로 영국을 제치고 기축통화국으로 올라선 뒤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다. 미국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대한 넘치는 수요 때문에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걱정 없이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도 기축통화 국가였기 때문이었다.

위안화의 위상이 강화되면 달러화 패권도 중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견조한 성장세 지속, 외환시장 개입 중단, 자본시장 개방 확대 등을 모두 이뤄내면 국제통화시스템은 달러화와 위안화 양극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다고 해서 위안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며 “과거 이란의 리알화가 SDR에 속해 있었을 때도 리알화를 보유한 국가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SDR이 도입된 1969년부터 1981년까지는 SDR에 이란 리알화, 사우디아라비아 리얄화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통화를 포함해 총 16개 통화가 들어 있었다. 1981년 IMF는 SDR 구성을 주요 통화 위주로 개편했다. FT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인정받으려면 중국 정부가 과감한 금융시장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