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내 금리이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국 위기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들은 당장 외국자금의 대거 이탈에 직면했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중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의 경기까지 가라앉으면서 수출길마저 막혀 기댈 곳이 없는 실정이다.

12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지난달 14일 26%에서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68%로 급등했다.

지난달 28일 나온 연준의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이 긴축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평가된데다, 지난 6일 발표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이달 4일 신흥시장 뮤추얼 펀드에서 11억8천5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신흥국시장의 자금 순유출액이 5천400억달러로, 1988년 이후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자신 있게 금리인상을 재개하는 미국과 달리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는 우울하기 그지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국의 성장둔화 가속화다.

중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로, 6년 만에 7%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4분기 들어 10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성장둔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연간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이 6.5%라고 못박았지만, 중국의 2016∼2017년 성장률이 6%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등 경제기관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경제도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일본경제는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 경기침체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경제도 회복속도가 더디다.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시장이 일제히 휘청거리면서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재개되면 외국자금 이탈에 이어 수출감소로 인한 저성장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이미 외환위기 수준의 위기에 봉착했다.

브라질 헤알화의 통화가치는 연초대비 20.69%, 말레이시아의 링깃화는 17.37%, 콜롬비아 페소는 16.48% 떨어져 모두 15%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신흥국들의 기업·가계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신흥국 민간기업의 초과 채무가 3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IIF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전 세계 가계부채 증가분 가운데 6조2천억 달러는 신흥국에서 발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은 10년전인 2004년 금리인상기 때 경험했던 것보다 가혹한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당시에는 브릭스가 주도하는 성장의 모멘텀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경제의 체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과거 신흥국들에게 가장 큰 위험요소는 경상수지 적자나 외환보유고 부족이었는데, 지금은 저성장"이라며 "여기에 부채 우려까지 가세하면 위험도가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김경윤 기자 yulsid@yna.co.kr,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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