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속속 이전…TPP로 가속 페달

나이키 최대 생산국…삼성·인텔도 공장 늘려
노조 결성 허용·임금상승 가능성은 걸림돌
< 하이퐁의 의류공장 >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있는 의류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기계를 살피고 있다. 하이퐁VNA연합뉴스

< 하이퐁의 의류공장 >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있는 의류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기계를 살피고 있다. 하이퐁VNA연합뉴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6.28%, 연평균 수출증가율 19.2% ….”

베트남의 성장 속도가 거침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침체 여파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조차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지만 베트남은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 등에다 최근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따른 무역 장벽 완화로 투자 대상으로서 베트남 매력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갖고 있는 ‘세계의 제조공장’이란 타이틀까지 넘겨받을 태세다.
[중국도 떨게하는 베트남] '세계의 공장' 넘보는 베트남…MS, 중국서 설비 옮겨

○과수원이 공장 지대로

베트남 호찌민시 남부 외곽은 몇 년 새 몰라보게 변했다. 과수원이었던 이 지역에 수년 전부터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의 생산공장이 들어섰다. 파인애플과 망고를 재배하던 이 지역 주민들은 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찌민 외곽을 중심으로 12개 이상 산업공단이 형성되는 등 베트남이 제조업 ‘생산기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키는 2000년까지만 해도 전체 신발 생산에서 중국이 40%, 베트남은 13%를 차지했다. 그러던 것이 2010년에는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해 나이키의 최대 생산지가 됐다. 올초 마이크로소프트는 베이징과 광둥성 둥관의 휴대폰 공장(옛 노키아)을 폐쇄했다. 공장 설비는 지난해부터 베트남으로 조금씩 옮기고 있다. 인텔은 2010년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은 2008년에 스마트폰 부품 생산공장을 베트남에 세웠다.

의류와 신발에 집중됐던 생산 품목은 전자 제품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2013년부터 휴대폰 관련 부품은 직물 제품을 제치고 베트남 수출 품목 1위 자리에 올랐다. 베트남의 전자 제품 수출액이 2010년 34억달러에서 지난해 350억달러로 10배 넘게 급증한 결과다.

베트남의 대외 수출액은 거의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8월 수출액은 144억8000만달러(약 16조5400억원)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조만간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베트남’ 제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더 많이 눈에 띌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TPP 체결로 성장 가속화

몰려드는 공장 덕에 베트남 경제는 급성장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7년 만에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6.28%, 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은 6.5%, 내년엔 6.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TPP가 발효되면 베트남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2개 가입국에 누적 원산지(역내 생산된 부품을 조달해 생산하면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하는 것) 규정을 일괄 적용키로 해 낮은 임금을 배경으로 한 부품 생산지로서 베트남의 매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 역시 “TPP가 향후 10년간 335억달러의 경제부흥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의류·신발 제조업 수출 증가가 돋보일 전망이다.

○노조허용·임금상승 ‘변수’

TPP 참여를 계기로 노동조합 활동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베트남 진출 기업엔 변수다. 그간 베트남 정부는 노동조합 설립을 막았다. 하지만 TPP를 체결하면서 노조 결성, 파업 등 노동자 권리 조항을 받아들였다.

최저임금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2000년대 들어 매년 두 자릿수씩 오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14.8% 올랐다. WSJ는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96달러로 중국 3.27달러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생산비용이 늘어 기업엔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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