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유럽에 장벽 둘 수 없다고 오스트리아와 재확인"
에게해에서 또 어린이 포함 11명 익사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펴던 오스트리아에서마저 밀려드는 난민을 견디지 못해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조약 위반이라는 유럽 내 비판이 이어지자 기술적인 보안 강화를 뜻하는 것이며 물리적 장벽 설치는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요한나 미클-라이트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기술적 장벽' 건설이 열흘 정도 뒤에 시작될 것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외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난민들의 서유럽행 관문 국가인 오스트리아는 이미 국경 통제를 강화한 상황이지만, 물리적 장벽까지 세운다면 난민 이동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클-라이트너 장관은 현지 방송에도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장벽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이후 오스트리아를 두르는 (물리적) 장벽을 세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안에 대해 "국경을 닫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질서 있고 통제된 입국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며 장벽에는 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랄트 클루크 국방장관은 질서 있는 난민 통제를 위해 컨테이너나 철책을 둘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장벽 설치는 EU 국가 간 자유이동을 규정한 솅겐조약에 위반한다는 비판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스테펜 사이베르트 독일 총리 대변인은 "현재 유럽이 처한 난민 위기가 장벽이나 울타리를 건설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와 급히 전화통화를 한 뒤 "유럽에 장벽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는 기본 입장을 양측이 재확인했다"고 밝히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EU는 그간 여권이 필요없는 '솅겐 존'을 중시하면서 국경에 다시 통제를 가하는 것이 조약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해 왔다.

오스트리아는 이 조약 서명국이다.

파이만 총리는 장벽 설치 계획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기술적인 보안 조치'라고 언급하며 장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스트리아가 장벽 건설 방안까지 거론하고 나선 데에는 난민 유입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스트리아가 국경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는 독일의 비판과 오히려 독일이 난민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오스트리아의 반발도 겹쳤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며칠간 일몰 이후 난민 통제를 느슨하게 하는 바람에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쪽으로 많은 난민이 이동해 왔다며 오스트리아를 비난했다.

하지만 미클-라이트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독일이 난민을 얼마 수용하지 않아서 장벽 건설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독일 정부를 오히려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환영'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난민들은 초청을 받은 양 느끼며 독일로 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난민 포용 정책을 앞세워 온 두 국가가 이러는 사이, 헝가리의 국경 장벽 설치로 난민의 새로운 이동 경로국이 된 슬로베니아 정부 역시 EU가이 발칸 국가를 거치는 난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자국도 국경 장벽을 세울 태세가 돼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유럽 각국이 난민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통제 불능 상태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바다를 건너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에 도착한 난민이 70만명을 넘어섰다.

대부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온 난민으로, 상당수가 해상에서 목숨을 잃었다.

28일에도 그리스 인근 에게해 동쪽에서 난민이 탄 배 사고 5건이 일어나 최소 11명이 숨졌으며,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조난선에서는 242명이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사망자 중에는 5살 여아, 7살 남아를 비롯한 어린이도 5명 포함됐다.

12개월 난 여아는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위중한 상태다.

(베를린·서울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김지연 기자 uni@yna.co.kr,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