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하원의원 94명 "최저임금 인상에 힘 실어주세요" 청탁

세계적으로 난민 위기가 심해지고 미국 내 반(反)이민 분위기가 확산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말 미국 방문에서 미등록 이주민과 난민들을 따로 만나 축복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욕의 구호단체 가톨릭 채리티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25일 스페인어를 쓰는 이주민 150여명과 만남을 갖고 축복기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미 국가에서 폭력을 피해 혼자 국경을 건넌 젊은이들, 박해를 피해 망명한 난민들,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장애를 지닌 이민자들이 교황의 축복을 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하며 난민과 이주민들을 돕는 것을 재임 기간의 최우선 의무로 꼽아왔다.

그는 올해 사순시기(부활절 전 40일) 담화에서 "무관심이란 이기적 태도가 전 세계에 퍼져 세계화를 논할 정도"라며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싸울 것을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계획은 시리아 내전으로 대규모 난민이 유럽에 밀려들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중남미인들을 비하하며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도 선두를 달린다는 사실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움직임에 관심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날 예정된 미국 상원의회 연설에서도 이민자들에게 관대한 정책을 펼치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하원의원 94명은 상원의원 연설 때 최저임금 인상에 탄력을 붙여주는 메시지를 설파해달라고 교황에게 부탁했다.

이들 의원은 교황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는 교황께서 강력한 모범이 돼 모든 미국인에게 영향을 끼칠 주요 정책을 둘러싼 현재 논쟁을 널리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며 "그 메시지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생하거나 먹을 것을 얻으려고 보조금을 받는 미국인들에게 더 특별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미국 다수 지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그의 방미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