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업 증세" 공약에 미국 공화 지도부 '부글부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최근 기업 증세론을 들고나와 미국 재계는 물론 공화당 지도부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여론조사 선두인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의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내세운 주요 증세 공약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고 △헤지펀드 매니저의 수익에 세금을 더 물리고 △세금을 덜 낼 목적으로 합병을 통해 본사를 해외 이전하는 기업을 허용하는 관련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 등이다. 전통적으로 기업을 대변해온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더 어울릴 법한 파격적인 공약이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률과세(비례세) 방식의 과세제도를 바꿔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트럼프는 “일률과세 문제는 부자들이 훨씬 적은 돈을 버는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측 단체인 성장클럽의 데이비드 매킨토시 회장은 트럼프의 공약을 ‘반(反)성장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지만, 그의 정책이 실현되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고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공화당 성향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레인 연구원도 “트럼프의 공약은 전통적인 공화당 후보들이 했던 말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가 제시한 공약이 트럼프와 공화당의 지지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