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안전하다면 방독면 떼고 호흡해보라" 조롱

중국 톈진(天津) 폭발사고 현장에서 신경성 독가스 유출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독가스 유출 가능성에 대한 정부 대책반의 일관된 부인에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독가스 유출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중국중앙(CC)TV가 18일 방송한 '초점방담(焦點訪談)'에서 촉발됐다.

'초점방담'에서 베이징공안소방총대 부참모장 리싱화(李興華)는 텐진항 폭발사고 닷새째인 지난 16일 현장 조사에서 시안화나트륨과 신경성 독가스가 검출됐다면서 이 두 종류 독성기체 수치가 최고치였다고 말했다.

베이징 화공대학 국가신(新)위험화학품평가및 사고감정실험실의 먼바오(門寶) 박사는 신경성 독가스는 일단 흡입하면 신경세포에 작용해 호흡기, 심장 등에 갑작스런 기능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을 둘러본 뉴웨광(牛躍光) 톈진시 공안소방국 부국장은 "소방관 생활 40년을 했지만 이렇게 위험한 창고는 처음 본다"고 개탄했다.

그는 시안화나트륨 외에 폭약의 일종인 질산암모늄, 질산칼륨 등 위험 화학품이 3천t가량 보관돼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톈진시 환경보호국 총공정사 바오징링(包景嶺)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신경성독가스는 우리가 측정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군사부문에서 측정책임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인지 알 수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군사부문과 연락해서 조치를 취해야겠지만 누군가의 상상이라면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신화통신이 정리에 나서 폭발현장에서 작업중인 군사의학과학원 화학무기 전문가조의 말을 인용해 현장에서 근본적으로 신경성 독가스의 발생은 불가능하며 중대한 오판이라고 밝혔다.

폭발사고 전문가조에 참여하고 있는 톈진대학 환경과학공정학원 원장조리 류칭링(劉慶嶺) 교수도 비가 온다고 독성가스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청년보와 인터뷰에서 시안화나트륨은 백색 분말 상태로 물속에서 쉽게 녹는 성질이 있지만, 순수한 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다른 물질로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시안화나트륨은 산성을 띤 물과 만나 시안화수소로 바뀐다면서 따라서 산성비가 내릴 경우 일정부분 시안화수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 대책반은 독가스 발생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18일부터 톈진지역에 비가 오면서 물과 반응하는 시안화나트륨의 잠재적 위험이 부각됐다.

도로상에 백색거품이 목격되면서 시민제보도 잇따랐다.

현장 취재를 인민일보, 신화통신, CCTV 등으로 제한한 당국의 조치도 불만을 샀다.

시민들이 가장 알고싶어하는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정부의 발표에 하나같이 불신을 보내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한 누리꾼은 "그렇게 안전하다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방독면 떼고 한번 호흡을 해봐라"고 조롱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가슴을 치면서 장담하지만 말고 수치로 얘기하라면서 진실을 말해줄 것을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정부 발표를 하나도 신뢰할 수 없다며 극도의 불신감을 표시했다.

CCTV의 '초점방담'에 대해서는 대체로 진실을 얘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한 누리꾼은 일반 서민들로서는 진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거짓을 듣는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