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가치 또 사상 최저…야당들, 에르도안 대통령 맹비난

터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17일(현지시간) 최종 결렬됨에 따라 조기총선을 치르게 됐다.

터키 총리 서리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정의개발당(AKP) 대표는 이날 총선 3위 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와 연정 협상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부토울루 총리와 바흐첼리 대표는 협상 전부터 서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제시해 결렬이 예상됐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총선 전까지 임시로 연정을 구성하거나 AKP 소수정부를 지지해달라고 제안했으나 바흐첼리 대표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바흐첼리 대표는 이날 협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정 개입 중단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지난 13일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와 마지막 연정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했다며 "조기총선이 가장 유력한 가능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MHP와 협상을 하기보다 조기총선이 바람직하다며 선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야당들은 AKP가 연정을 구성할 뜻이 없으면서도 조기총선을 치르기 위해 일부러 협상을 지연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6월 7일 총선에서 AKP는 전체 의석(550석)의 과반에 못미치는 258석만 확보해 13년 만에 단독정부 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야당들과 연정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연정 대신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며 개입했고, 지난 14일에는 터키가 사실상 대통령제로 전환했다며 헌법도 이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연정을 무산시키고 AKP 단독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조기총선을 치르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전날 대통령제로 전환됐다는 발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를 인정한 셈이라며 그는 개헌으로 쿠데타의 적법성을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흐첼리 대표 역시 전날 트위터에 "언제 정부체제가 전환했나? 우리는 터키에서 (독재자인) 히틀러나 스탈린, 카다피가 나오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터키는 한 사람보다 크다"고 밝혔다.

CHP는 다부토울루 총리가 정부 구성 권한을 반납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2위 정당인 CHP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도 이날 필요하다면 권한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새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정부구성 시한인 오는 23일 전까지 CHP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치른 직선제 대선에서 대통령제 전환을 공약했으며 당선 이후 개헌을 역설했다.

AKP를 창당한 그는 2003년 총리로 취임했으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총리를 지냈다.

그는 대선 승리 이후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했지만,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한 AKP가 지난 6월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유보됐다.

다만 그는 10~11월 중으로 예상되는 조기총선에서 AKP가 과반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한다면 대통령제 개헌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터키 리라화 가치는 정정 불안으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리라화는 지난 12일 달러당 2.78리라대였으나 AKP-CHP 연정이 실패한 13일 2.82리라대를 기록했으며, 17일에는 2.84리라에 거래됐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