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말한 것 없다" 트럼프, 사과 없이 경쟁후보들 비판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나는 여성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CNN 방송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 인터뷰에서 "경쟁 후보들이 나를 깎아내리려고 일부러 (메긴) 켈리와 나의 불화를 악용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켈리는 지난 6일 밤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트럼프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송곳 질문'을 던진 폭스뉴스의 여성 간판 앵커다.

트럼프는 토론 다음날인 7일 CNN 방송에 출연해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켈리가 월경 탓에 예민해져 토론에서 자신을 괴롭힌 것이 아니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성비하적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를 비롯한 경쟁 후보들은 "명백하게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앞다퉈 트럼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발언에 대한 사과없이 "나는 잘못 말한 게 하나도 없다.

내가 실제로 그런 멍청한 발언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사회자에게 반문하면서 "(정신적으로) 아프지 않고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토론회 당시 과거 자신의 여성 비하 발언만을 문제 삼아 따진 켈리의 질문이 상당히 불공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앞서 전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다른 어디라는 말은 코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을 공격하는 다른 경쟁 후보들에 대해서도 "나를 공격함으로써 정치적으로 포인트를 따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해 "지난주 부시가 여성 보건에 5억 달러나 쓸 필요는 없다는 언급을 한 것은 큰 실수"라며 "과거 밋 롬니가 그랬던 것처럼 부시 역시 말실수로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도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17명 중 유일한 여성이자 TV토론회 최대 승자로 꼽히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칼리 피오리나와 10분 이상 직접 대화하면 두통이 올 것"이라며 "피오리나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보수단체 '레드스테이트'가 조지아 주(州) 애틀랜타에서 주최한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자신을 초청했다가 취소한 것에 대해서는 "(레드스테이트 대표인)에릭 에릭슨은 패배자다.

그는 패배한 후보만 지지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해명에도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이 재조명되고 핵심 참모인 정치컨설턴트 로저 스톤이 트럼프의 막말과 행동에 실망해 캠프를 떠나는 등 트럼프로서는 출마 선언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최평천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