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온실가스 32% 감축"…주정부 "규제로 일자리 감소" 반발
미국 연방정부와 일부 주정부가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감축 방안을 둘러싸고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방정부의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석탄을 발전에 많이 사용하는 주정부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오바마 "미국 온실가스 32% 감축"…주정부 "규제로 일자리 감소" 반발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은 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2% 감축하는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3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같은 온실가스 감축량은 지난해 6월 발표한 1차 계획 때보다 9% 늘어난 것이다. 당시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감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방안에는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포함됐다. 미국에서 석탄 다음으로 발전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천연가스의 사용을 줄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1차 계획 발표 때는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50% 수준인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관계자는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대폭 감축시킬 경우 천연가스를 통한 발전이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도 함께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주정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실행 방안을 2018년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규제 방안을 늦어도 2022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미 언론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확대됐지만 주별 감축방안 제출 시기(1년)와 감축규제 시행 시기(2년)는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또 할당된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남은 목표량을 팔 수 있도록 하고, 태양광 및 풍력 원자력 등 친환경·저온실가스 발전설비를 지을 경우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인센티브도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테네시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 등에 지원을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청정전력계획 발표에 앞서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후변화는 더 이상 다음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계획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일부 주정부를 포함해 에너지업계, 공화당 등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웨스트버지니아(95.6%)와 켄터키(89.0%), 와이오밍(87.7%), 미주리(79.5%) 등 14개 주는 석탄발전 의존도가 50%를 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정부 관계자는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하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규제는 주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줄이면서 전력요금을 올리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주정부와 에너지기업이 이미 청정전력계획의 발표 주체가 될 환경보호청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각주 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온실가스 규제에 불복할 것을 종용하는 등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만큼의 비중을 두고 자신의 집권 후반기 대표적 업적(legacy)으로 청정전력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산업 보호와 일자리 유지를 명분으로 내건 주정부와의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