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루파키스 전 재무 "치프라스가 승인" 주장…3차 구제금융협상에도 '불똥'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에 대비해 유로화 대신 그리스 옛 화폐인 드라크마화 복귀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했으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를 승인했다고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이 폭로하면서 3차 구제금융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바루파키스가 구제금융 협상 상대였다는 데 분노를 표시하면서 그리스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터 카지미르 슬로바키아 재무장관은 바루파키스의 폭로는 "그가 협상 파트너로서 얼마나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었는지 보여줬다"며 "3차 구제금융 협상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 플레이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타임스는 바루파키스 전 장관의 폭로가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테네에 도착한 트로이카(유럽연합 집행위,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채권단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야당도 정부와 집권당인 시리자(집권좌파연합) 내 일각에서 드라크마 복귀를 준비했었다는 보도에 분노하면서 정치 공세화할 움직임이다.

제1 야당인 신민주당 소속 의원 24명은 바루파키스 전 장관이 사법적 수사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치프라스 총리에 문의했다고 그리스 언론이 전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바루파키스 전 장관 측은 성명을 통해 드라크마 복귀를 위한 '플랜B' 추진은 채권단에 의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대비한 것으로 실무그룹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바루파키스 측은 "그리스 재무부의 실무그룹이 전적으로 정부 정책 범위 내에서 일했고 건의 내용은 국민 이익에 봉사하고 법을 존중하며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이달 16일 민간 투자자들과 25분간 진행한 전화콘퍼런스에서 '플랜B' 관련 내용을 폭로했다.

행사를 주관한 런던의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은 지난 주말 그리스 신문 카티메리니가 바루파키스의 발언 내용 일부를 보도한 후 콘퍼런스의 녹음 테이프를 공개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시리자가 지난 1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이전에 치프라스가 나에게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하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유능하고 소규모인 팀을 조직했으며 분명한 이유들로 인해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바루파키스는 플랜B에는 유럽중앙은행에 의해 그리스 은행이 폐쇄될 경우에 대비, 유사 은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모든 납세자 아이디(ID)에 비밀리에 계정을 부착해 다른 납세자에게 지급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유사 은행 시스템 구축을 위해 그리스 국세청을 해킹했다며 그 이유는 국세청이 그리스 재무부 산하 기관이지만 채권단인 트로이카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F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jami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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