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변동성 장세다. 주식·채권·원자재·외환시장 모두 그렇다. 연일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변동성 확대의 주원인이었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잦아드나 했더니 이젠 중국이다. 한때 증시 낙폭이 35%에 달해 거품 붕괴 가능성도 나왔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창립자는 “지금 중국은 금융위기 전조가 나타났을 때의 미국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는 진단까지 내놨다.

자산 가격이 전통적인 공식과 다르게 움직이는 일도 많아졌다. 지난달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불거졌을 때 오히려 유로화 가치는 올랐다. 에린 깁스 S&P캐피털IQ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팽배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피난처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신흥국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이 6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대가들은 어떤 자산을 팔고, 어떤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까.
[글로벌 투자리포트] 면화 투자 적기, '모디 후광' 인도 증시 매력…금값은 최대 2년 약세
가트먼 “면화 가격, 폭락 딛고 뛸 것”

월가의 투자정보지 가트먼레터의 데니스 가트먼 대표는 면화에 주목했다. 그는 2007년 미국 경제가 호황일 때 금융위기를 예측해 월가의 대표적인 시장 분석가로 자리 잡았다.

엘니뇨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올 들어 국제 농산물 가격은 오름세다.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각국 기상청은 올여름 강력한 엘니뇨를 예상하고 있다.

엘니뇨에 따른 수확량 감소 우려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골드만삭스가 산출하는 농산물 가격지수인 S&P GSCI 농산물지수는 지난달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옥수수, 콩 등 곡물 가격의 상승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면화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가트먼 대표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시장에서 면화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클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만 해도 면화 가격은 파운드당 2달러 수준이었다. 수년간 과잉공급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하락했다. 작년에도 면화 가격은 12%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추가 하락을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서 파운드당 65센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가격 하락으로 면화 경작지 규모가 20%가량 줄었다”며 “면화를 재배하던 농가도 이미 옥수수나 콩 재배로 이동했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 반등이 가능한 지금이 면화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군드라흐 “인도, 다른 신흥국과 달라”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증시를 투자 유망처로 꼽았다. 상승 동력이 충분해 단기적인 움직임과 무관하게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에서 “경제 회생과 관료주의 개혁을 강조한 모디노믹스(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정책)의 1년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인도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경제 성장률이 높게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작년 5월 모디 총리가 당선되면서 경제 개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졌다. 이 덕분에 작년 한 해 동안 인도 증시는 32% 뛰었다. 올 들어서도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스 사태와 불안한 중국 경제라는 악재 속에서도 안정적인 증시 흐름을 유지했다.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과 유럽 증시가 여러 차례 폭락을 거듭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한 달(지난 17일 기준)만 봐도 인도 증시는 5.7% 올랐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은 모두 떨어졌다.

군드라흐 CEO는 “연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금 이탈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면서도 “인도는 다른 신흥국과 구분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로저스 “금 시장은 확연한 약세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금 시장은 당분간 약세장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표시되는 금 가격은 내려간다.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그는 온스당 1000달러가 붕괴되기 전까지 금 투자를 멀리하라고 했다.

로저스 회장은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금 가격은 지난 4년간 조정을 받았고 여전히 조정받고 있다”며 “1~2년쯤 지나 금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기 전까지 금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금 가격은 온스당 950달러까지 내려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 가격은 올 들어 계속 하락세다. 지난 1월 고점 대비로는 13%가량 떨어졌다. 지난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온스당 1131.90달러에 마감했다. 2010년 4월 이후 5년 만에 최저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금 인기가 예전만 못 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 사태의 실질적인 패배자로 금을 꼽았다. 구제금융 협상안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 갈등이 고조됐을 때조차 금 가격이 상승 동력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