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의 의무이행 검증 보고서 제출시점인 내년 상반기 해제 될 듯

14일(현지시간) 타결된 이란 핵협상의 합의문(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본문은 양측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느라 매우 복잡한 내용으로 돼 있다.

이란의 핵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대(對) 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푼다는 게 JCPOA의 큰 줄기지만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가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최대 관심사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는 시점이다.

이란이 중동 최대 시장인 만큼 세계 각국 기업의 시선이 온통 이 시점에 쏠렸기 때문이다.

JCPOA 본문을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날짜가 나온다.

순서대로 보면 일단 타결일(finalisation day)은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유럽연합(EU)이 JCPOA 협상을 결론지은 날, 7월 14일을 뜻한다.

이후 협상 당사국은 유엔 안보리에 JCPOA를 지체없이 제출해 이를 추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미 핵협상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모두 참여했기 때문에 결의안 채택엔 별다른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는 시점은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유엔의 의사일정과 절차를 고려하면 이달 말께로 예상된다.

결의안이 채택된 뒤 90일 뒤가 '적용일'(adoption day)이다.

적용일은 협상 당사국의 합의에 따라 좀 더 앞당겨질 수는 있지만 미뤄질 수는 없다.

따라서 적용일은 10월 말께가 된다.

이 적용일이 JCPOA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이다.

JCPOA에서 규정한 조건을 서로 이행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 적용일 사이 90일간이 중요하다.

이 기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규명되지 않은 과거의 핵활동, 특히 핵무기 개발을 의미하는 '가능한 군사적차원'(PMD) 활동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다.

이란과 IAEA는 이 조사를 위해 '규명되지 않은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로드맵'(Roadmap for Clarification of Past and Present Outstanding Issues)에 합의했다.

IAEA는 이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적용일보다 10일 정도 앞선 10월15일에 마치고 두 달 뒤 12월15일에 IAEA 사무총장이 집행이사회와 주요 6개국에 제출한다.

이 기간 미국 의회에선 JCPOA의 승인절차가 진행된다.

60일간 검토과정을 거쳐 표결하는 데 미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가 이를 부결하겠다고 선언한 터라 부결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하는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적용일 이후부터 IAEA는 이란이 JCPOA에서 합의된 핵활동 제재 의무를 지키는 지 검증한다.

이 검증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3∼6개월 뒤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 유엔과 EU, 미국은 제재 해제를 위한 절차를 준비하게 된다.

IAEA의 검증이 끝나 보고서를 내는 날짜가 '이행일'(implementation day)이다.

이 이행일부터 대이란 제재가 풀린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인 제재 해제 시점은 10월말 께인 적용일의 3∼6개월 뒤로, 내년 상반기가 된다.

유엔의 제재와 EU의 제재는 이행일과 동시에 종결된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는 이행일에 종결되지 않고 일시 중단된다.

미국과 EU의 제재 중 비 핵확산 제재가 완전히 폐기되는 날은 적용일부터 8년 뒤(2023년 10월께)가 된다.

이 8년 뒤는 '전환일'(transition day)로 명명됐다.

그러나 이란과 주요 6개국이 서로 합의만 하면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와 같은 시급하고 강력한 제재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이란이 중요한 의무를 이행하는 게 확인되면 이에 대해 한 건씩 해제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즉, 이행일은 어느 하루가 되는 게 아니라 여러 날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환일의 기산점이 이행일이 아니라 적용일인 것은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이란 핵 제재 전문 법무법인 율촌의 신동찬 변호사는 "제재와 관련해 이란은 일시 해제를, 미국은 단계적 해제를 주장했다"며 "각자 자국의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날짜를 복잡하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