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노동개혁에 임금까지 내려…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지로 급부상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스페인으로 향하고 있다. 임금을 내리고 노동시장을 개혁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덕분이다.

스페인 산업에너지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2013년보다 11% 늘어난 240만3000여대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약 254만대)에 근접한 수치다. 올해는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자동차산업이 2012년부터 진행된 고용 개혁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정부는 2012년 2월 매출이 줄어든 업체는 노조와 협의하지 않아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했고, 해고 예고기간도 30일에서 15일로 줄였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국가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노조도 개혁에 동참했다. 프랑스 르노와 스페인 공장 노조는 비정규직 고용과 주7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했다. 2013년 스페인에 시간당 노동비용은 20.6유로로 2007년과 비교해 4% 감소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늘어나자 업체들은 앞다퉈 투자계획을 내놨다. 르노는 스페인 공장 생산량을 20만대에서 2016년까지 28만대로 늘리고 1300명을 더 고용하기로 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12년 10월 바르셀로나 공장에 8억유로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17년까지 7억8500만유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스페인 공장에서 최대 수출 모델인 폴로를 2013년보다 5.5% 증가한 30만대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93%인 28만대를 세계 80여개국에 수출했다.

푸조시트로앵도 38만대의 미니밴과 소형 상업용 차량 등을 생산했다. 미국 포드 역시 지난해 스페인에서 전년보다 24% 늘어난 2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자동차업계에선 스페인 자동차 생산 규모가 2017년에는 300만대에 육박해 유럽 2위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으로의 수출도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르노는 지난해 QM3 2만여대를 한국으로 수출했다. 지난해 스페인의 대(對)한국 수출실적은 3억2300만달러로, 전년보다 415.5% 늘어났다. 한국의 대스페인 자동차 무역수지는 지난해 사상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