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국내 금융권도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국내 기업들의 이란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교역 규모가 커지면 무역금융에 대한 수요가 늘고 그만큼 금융권의 역할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형 사회 인프라 및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건설과 관련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도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결제서비스 확대 예상

['기회의 땅' 이란] 국내기업, 이란과 무역결제 늘어…송금·외환 금융 수요 급팽창
국내 기업들은 2010년 이란 경제제재가 강화된 이후 원유 등 일부 품목만 교역해 왔다. 금융 부문에선 정부 인가를 거쳐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2곳만 대(對)이란 무역대금결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측이 정부 소유·통제 은행만 거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정부 소유 은행으로 분류돼 있다.

이란과의 수출입대금 결제는 한국 기업이 수입하는 원유대금을 우리·기업은행에 원화예금 형태로 예치하면 수출대금과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란 수입업체가 이란 중앙은행에 수입대금을 결제하면 국내 은행들이 이란 중앙은행을 대신해 수출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에서는 제재가 풀리면 이란과의 교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외환·결제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6월께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이란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사이에 송금, 외환, 무역결제 등과 같은 금융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또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외에 다른 은행도 이란과 무역결제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그동안 양분했던 결제수수료 수입이 감소하겠지만 은행권 전반으로는 무역결제 수수료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이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PF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지도 주목된다. 이미 국내 PF 시장은 은행 간 출혈 경쟁으로 레드오션으로 바뀐 지 오래다. 금융계와 산업계의 해외 동반 진출 등과 같은 적극적인 해외 PF 시장 개척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외교적 변수 남아 있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영업을 재개할 지도 관심을 끈다. 정부는 2010년 10월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외국환 업무를 정지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해 제재 결의안을 의결하고 미국이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멜라트은행은 2011년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금융제재 대상자 지정취소 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서울고법은 2013년 원심과 같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유엔 및 미국·유럽연합(EU)의 이란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될 경우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영업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이 아닌 데다 정치·외교적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금융거래 확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란과의 무역 규모도 장기적으로는 늘어날 수 있겠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