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디락 이사장
니콜라 사디락 이사장
“교수도, 교재도, 수업도 없습니다. 학력도 상관없습니다. 열정과 실력만 있으면 됩니다.” 2013년 설립된 ‘에콜42’는 프랑스의 실험적 정보기술(IT) 교육기관이다.

학력과 상관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이(18~30세)가 유일한 조건이다. 40%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다. 반면 미국 스탠퍼드대와 같은 우수 대학 출신도 있다. 학력보다는 창의성이나 실력으로 선발한다. 정식 학위를 받지 못하지만 이곳의 인기는 높다. 지난해 1000여명을 뽑는 데 7만명이 지원했다. 온라인 테스트로 2만명을 추려낸 뒤 4000명을 대상으로 4주간의 테스트를 거쳐 학생을 선발했다.

지난달 26일 만난 니콜라 사디락 이사장은“에콜42에 관심이 높은 것은 프랑스 교육시스템이 경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산이나 IT 분야는 연구자 수준의 이론 교육보다는 실용적이고 열정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콜42의 학비가 무료고, 학력 제한이 없다고 해서 설립 목적이 불평등 해소는 아니다”며 “기업에서 바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IT 분야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에콜42는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Free)의 자비에 니엘 회장이 사디락 이사장 등과 함께 설립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2~3년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임무(미션)처럼 150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면 더 어려운 문제가 주어진다. 교수의 지도 없이 협업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프로젝트가 중간에 바뀌었을 때 적응력을 높이는 것도 이곳에서 중시하는 교육 포인트다.

에콜42는 이번에 첫 졸업생 10~15명을 배출한다. 대부분 구글 페이스북 에어버스 등 대기업에 취직하지만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사디락 이사장은 “좋은 아이디어는 대화와 토론, 우연한 만남에서 태동하기도 한다”며 “주입식 교육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