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반(反)테러 시위가 펼쳐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 세계 34개국 정상급 인사들은 파리 시내에서 150만여명의 시민과 함께 행진을 펼쳤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터키의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신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등 주요 인사도 행진에 동참했다. 미국에서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참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들을 맞이하며 “오늘은 파리가 세계의 수도”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를 규탄하고 공격받은 언론사인 샤를리 에브도에 연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사건 후 처음 맞는 일요일에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반이슬람 성향을 강력히 표방하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전날에도 프랑스 전역에서 70만명이 넘는 시민이 길거리로 나와 행진하면서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고 테러를 규탄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를 시작으로 지난 7~9일 사흘간 파리 안팎에서 벌어진 테러·인질 사건으로 시민 17명과 인질범 3명 등 총 2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 경찰은 유대인 식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된 아메디 쿨리발리의 여자친구 하야트 부메디엔을 쫓고 있지만, 이미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탈출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수사에 혼선을 빚고 있다.

한편 미국은 파리 테러 및 인질범들이 국제적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는 물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국 내 테러 경계를 강화하고 외국 여행 주의보를 내리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