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산실인 중관춘(中關村). 이곳은 1980년 당시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상임연구원이었던 천춘셴 박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견학을 다녀온 뒤 ‘응용기술 서비스 중심’이란 이름의 벤처기업을 세운 것이 출발점이다. 기업 컨설팅을 주 사업으로 하는 이 회사는 설립 1년 만에 연 3000위안의 순이익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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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경영진이 맘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금지돼 있었다. 이 사건은 중국 인민일보를 통해 폭로돼 공산당 중앙 지도부에까지 알려졌지만 예기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공산당 지도부가 천 박사의 벤처기업에 대해 “중국 내에 널리 전파해야 할 모범 사례”라고 극찬한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관춘에는 IT 관련 벤처기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1988년 중관춘을 최초의 국가첨단산업개발구로 지정했다.

중관춘에서 창업해 전 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는 230개(2013년 말 기준). 이들의 시가총액은 2조523억위안(약 349조원)에 달한다. 이 중 69개사는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등 해외 증시에 상장돼 있다. 중관춘 입주 기업들의 총매출은 2조5025억위안(2012년 기준·약 425조원)에 달했다. 중관춘관리위원회는 중관춘 입주 기업들의 매출이 2020년이면 10조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첨단 기술분야의 창업도 활발하다. 기술·자금·인재 등 창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간지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주목할 만한 중국의 서른살 이하 창업가 30명’에서 중관춘 출신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6.3세에 불과했다.

중관춘 관리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중관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중관춘 내 상위 100대 기업들의 매출은 1조2484위안(2012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 상위 150개 기업(4조2554억위안)의 3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로 따지면 중관춘(11.2%)이 실리콘밸리(9.1%)를 앞섰다. 순이익은 실리콘밸리 상위 150개 기업이 전년 대비 12.4% 감소한 데 반해 중관춘 상위 100개 기업은 14.0% 늘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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