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13차 한독포럼에서 전후 독일의 외교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토론하고있다.
10일 제13차 한독포럼에서 전후 독일의 외교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토론하고있다.
[ 김근희 기자 ] “독일은 전쟁이 끝나고 나치를 처벌해 역사 문제를 청산했다. 그래서 유럽이 독일을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부터 해결하고 다른 사안을 풀려고 하는 것은 힘들다.”

베른하르트 젤리거(Bernhard Seliger)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는 10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제13회 한·독포럼의 ‘제2차 세계대전 후 주변국과와의 외교’ 주제의 세션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젤리거 대표는 현실 정치의 측면에서 한일관계를 바라보고 융통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역사 문제와 외교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라는 주문이다.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전후 독일은 지속적으로 반성하며 전범국가에서 벗어나 주변국에게 신뢰를 줬고, 결국 화해의 길을 마련할 수 있었다” 며 “반면 오늘날 동북아 외교적 분쟁의 뿌리는 일본의 구시대적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노르베르트 애쉬보(Norbert Eschborn)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는 한국이 감정적 대응 자제를 주문했다. 그는 “일본의 잘못을 합리화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의 한일 경색관계가 고착화되기 전에 풀려면 이성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되는 반면 중국과의 관계가 진전되는 양상도 문제란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 입장에선 균형 잡힌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마스 아베(Thomas Awe)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중국과의 관계는 한국에게 생명보험 같은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한국의 쏠림 현상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의 정책은 실용주의 노선이다. 중국은 늘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힘줘 말했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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