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파병없다" 재확인…공화, 무인기 공습 촉구
"美 '말리키 퇴진·새 정부 구성' 추진" 관측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전면적 내전 위기에 처한 이라크에 군사 자문관을 최대 300명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하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상대로 한 '정밀·표적' 타격 준비도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사태가 발생한 이후 미국이 처음으로 극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군사 개입 조치를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라크 정부군을 돕기 위해 최대 300명의 군 자문관을 보낼 것"이라며 "아울러 (군사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정밀(precise)·선별(targeted) 군사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 요원은 수니파 무장세력을 상대로 한 전투 임무를 띠고 파견되는 게 아니라 이라크 정부군의 병력 모집 및 훈련과 정보·수집 분석 지원 등 자문 역할을 위해 투입된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설명했다.

그는 이날도 미군이 다시 이라크 전투에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게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정보기관 수장, 군 고위 관계자 등 국가안보팀을 소집해 이라크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나서 이같이 결정했다.

그는 앞서 수니파 무장세력의 확장에 맞서 지상군을 다시 파병하지는 않겠지만, 전투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공습, 특수부대원 파견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케리 장관이 이번 주말 중동과 유럽으로 건너가 이라크 사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랜 숙적인 이란과의 협력 여부에 대해서는 "이란이 이라크 정부를 상대로 여러 종파를 아울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해준다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내 종파 간 통합을 꾀하기보다 분쟁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를 계속 신뢰하느냐는 물음에는 직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그와 다른 이라크 지도자들은 시험대에 서 있다"며 "이라크의 운명은 종파 간 균형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이라크 내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퇴진과 정권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것은 '말리키 구조 작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정책 초점은 말리키에 맞춰진 게 아니다.

이라크 전체에 맞춰진 것이고 시아파건 수니파건 쿠르드건 이라크 국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말리키 총리를 대신할 대안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으며 새 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브렛 맥거크 국무부 부차관보와 로버트 스티븐 비크로프트 이라크 주재 대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바그다드에서 수니파, 쿠르드족, 시아파 지도자들과 함께 말리키 총리를 배제하고 새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전날 말리키 총리는 물론 그의 반대 세력이자 수니파 정계 대표인 오사마 알 누자이피 국회의장, 쿠르드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하고 통합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정치권 입장은 엇갈렸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통령이 발표한 조치는 필요한 것이지만 알카에다 연계세력의 확산을 막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무인기 공습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같은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글(뉴욕) 하원의원은 "이라크 정부군 지원 결정을 지지한다.

이번 위기는 궁극적으로 이라크 국민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