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병력 2천명, 이라크 파견에 또 다른 충돌 가능성

이라크 바그다드로 몰려드는 급진 수니파 무장 반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정부군이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란이 이라크에 병력 2천명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민병조직인 '바시즈' 병력 1천500명이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의 카나킨 지역에, 또 다른 병력 500명은 이라크 와시트주의 바드라 자산 지역에 각각 진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라크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의 대규모 병력이 이라크 영토에 진입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수니파 이라크 반군이 세력을 결집해 이란 병력과 무력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라크와 이란의 앙숙 관계는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 회복하기 시작했다.

후세인이 축출된 뒤 두 나라 모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의 외교 관계도 서서히 발전했다.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008년 이라크를 방문하기도 했다.

앞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006년 이틀 일정으로 이란을 공식 방문했다.

그러나 양국은 영토 문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고 이란이 이라크 국경을 침범하는 사례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경 지대에 양국이 무기와 군 장비를 증강 배치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던 중 이란이 이달 초 시작된 이라크 사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규모 민병대를 파견, 제2의 이란-이라크 전쟁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과 이라크는 34년 전인 1980년 9월 국경 지역인 샤트 알아랍 수로에 관한 영유권 문제가 발단이 돼 8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당시 전쟁으로 이란과 이라크 양측에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 없이 모두 100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는 1975년 설정된 1천458km 길이의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국경 분쟁에는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