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로부터 아시아에서의 넘버원 지위 인정받고 싶어해"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6일(현지시간) "중국이 지난 100년의 굴욕기를 거쳐 다시 돌아왔다"고 밝혔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케이토연구소에서 '역사의 종언? 25년 후'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은 과거 왕조시대처럼 아시아에서 '넘버 원'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어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중국은 지금 살라미(salalmi) 전술로 아시아를 잘게 쪼개 야금야금 잠식해가고 있다"며 "러시아와 일정부분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중국의 경우는 권위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의 산호초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향해 '우리가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언이 출간된 이후 지난 25년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민주주의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례로 태국은 1990년대 민주화에 성공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했지만 왕정주의인 '옐로 셔츠'와 반정부세력인 '레드 셔츠'로 나뉘어 싸우던 끝에 결국 군부가 다시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글라데시와 터키, 니카라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며 "매우 부패하고 전체주의적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한다고 '립 서비스'를 하지만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실패하고 있는데에는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적 지배구조를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는 2004년 '오렌지혁명'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꿈에 부풀었으나 혁명세력이 국정운영의 무능함을 드러냈고 결국 2010년 친 러시아계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집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공공서비스와 인프라, 공공정책 수준이 중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전체주의라서가 아니라 행정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