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또 승인한 태국 국왕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사진)이 군부가 지난 22일 선언한 쿠데타를 26일 승인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쿠데타 선언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평화질서회의(NCPO) 의장인 자신의 지위를 푸미폰 국왕이 공식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프라윳 총장은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은 국가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갈등이 심화하거나 폭력사태 위협이 있을 때는 군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태국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국왕이 쿠데타를 승인함에 따라 군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동안에도 태국 쿠데타의 성공은 국왕의 승인 여부에 따라 결정됐다. 푸미폰 국왕이 즉위한 1946년 이후 태국에선 총 16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국왕은 그때마다 쿠데타를 인정하거나 비난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해왔다.

푸미폰 국왕은 1957년 군부가 피분 송클람 정권의 부정선거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쿠데타를 인정하면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왕실과 귀족으로 구성된 군부를 가까이 하던 국왕은 1973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혁명이 전국에서 발생하자 태도를 바꿨다. 민주화를 지지하며 당시 군부 지도자들의 해외 망명을 권유해 군부 정권 붕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학생혁명을 거치면서 그는 태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이후 계속된 쿠데타에서 국왕은 상황에 따른 선택을 하면서 군 통수권 등 실질적인 통치권력을 확보해 왔다. 실제로 국왕이 승인하지 않은 1981년, 1985년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쁘렘 띤술라논 전 태국 총리는 “기수(총리)는 바뀌지만 마주(왕)는 영원하다”며 왕의 정치적 영향력을 평가했다.

한편 프라윳 총장은 그동안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 등 13명의 반정부 시위자를 모두 석방했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25일 밤 석방돼 귀가했다고 보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