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취약 5개국→유망 5개국…투자매력 높은 곳 증가
올 들어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돈을 못 벌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작년 말 수준을 밑돌고 있다. 연초 반짝했던 국내 부동산시장도 수급과 세제 간의 엇갈린 대책으로 다시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나라 밖으로 재테크 안목을 돌려보면 올 들어서도 많은 돈을 번 곳이 의외로 많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다. 작년 하반기 이후 3년 이상 끌어왔던 재정위기 우려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면서 ‘체리 피킹(열등재나 기펜재가 아닌 한 특정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면 반드시 균형 가격으로 수렴한다는 시장원리를 감안한 저가 매수 투자 전략)’ 차원에서 자산 가격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PIGS 국가 중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스페인을 제외하고 포르투갈이 가장 먼저 올 2월에 국채를 발행했다. 3월에는 아일랜드, 4월에는 그리스가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제는 구제금융 없이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위기 극복 3단계 이론으로 보면 첫 단계인 유동성 위기 극복 직후가 체리 피킹 차원의 투자 메리트가 가장 높다.

작년 5월 말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출구전략 언급 이후 글로벌 투자에서 기피 대상이던 ‘취약 5개국(Fragile 5·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서는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또 다른 의미의 ‘F5(투자 유망 5개국·Fabulous 5)’로 변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이 파이브’로 부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취약 5개국→유망 5개국…투자매력 높은 곳 증가
의문은 남는다. 불과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안에 취약 5개국이 최대 투자 유망국으로 급선회됐느냐다. 통계기법상 기저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물경제 지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규모 자금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외환보유액 개입 등으로 외화유동성 지표는 악화된 국가도 있다.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주가와 통화 가치 상승은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동 이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대상국 수익률이 통화가치를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일으켜 투자 대상국에 투자하게 된다. 이 경우를 ‘포지티브 캐리’, 반대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라고 한다.

작년 5월 말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 시사 이후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 강세 기대로 네거티브 캐리 여건이 형성되면서 신흥국들은 자금 이탈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3월 재닛 옐런이 주재하는 첫 Fed 회의 이후 금융완화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포지티브 캐리 여건이 형성되며 취약 5개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재유입되고 있다.

앞으로 취약 5개국의 운명은 두 가지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포지티브 캐리 여건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주가와 통화가치 상승이 ‘부(富)의 효과’로 연결돼 실물경기가 회복된다. 그때는 이들 국가의 투자는 대박이다. 하지만 또다시 네거티브 캐리 여건이 형성되면 자금이 이탈하면서 투자 수익이 난 것이 ‘위장된 축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초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추진 이후 글로벌 자금이 새롭게 유입되는 곳도 수익이 꽤 괜찮다. 외자가 부족한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에 투자했던 달러계 자금이 환류되고 있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활황세다. 지난 1년 동안 부동산 관련 리츠 상품에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 연 6~8%는 거뜬히 낼 수 있다.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릴 정도로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 중 고수익·고위험을 지향하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뉴 프런티어 마켓국도 투자 수익이 양호하다. 트라이앵글 좌축에 해당하는 ‘서브 사하라 지역’, 우축에 해당하는 ‘후발 아세안과 몽골’ 중 특히 나이지리아와 베트남 증시가 돋보인다.

초연결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인으로 강조되고 있는 각종 네크워크의 장점을 갖고 있는 ‘중심축 국가(pivot-state)’도 앞으로 더 주목된다. 기존 중심국과 구별되는 ‘중심축 국가’란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베트남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이 꼽히고 있다

올 하반기를 앞두고 글로벌 자금흐름에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경제 ‘소프트 패치(회복기간 중 일시적으로 경제지표가 부진한 현상)’, 유럽 경제 ‘디플레이션(성장과 물가가 동반 떨어지는 현상)’, 일본 경제 ‘잃어버린 30년’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선진국 국채금리가 재하향세가 뚜렷하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5%대까지 떨어졌다.

앞으로도 유럽 재정 위기국, 취약 5개국, 뉴 프런티어 마켓국이자 중심축 국가 등 등에 대한 투자가 계속해서 괜찮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