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호 비방전을 펼치며 대립하는 가운데 양측의 중동 평화협상 마감 시한인 29일(현지시간)까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중재로 지난 7월 시작된 평화 협상이 어떠한 결과물도 내 놓지 못한 채 사실상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일 AP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유엔(UN) 산하 60개 기구와 국제협약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은 작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재개하면서 협상기간에는 국제기구 가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으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국가 건립을 향해 독자적 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이번 조치에 직접적인 논평을 내 놓지 않았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미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통합 정부 구성 착수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의 새 정부와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파타당과 이스라엘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24일 통합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에서도 압바스 수반이 하마스와 손잡은 사실을 지적하며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또다른 유대인 학살을 자행하려는 세력을 껴안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파타와 하마스의 통합정부 수립 발표 이후 팔레스타인과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측 협상 대표 사에브 에라카트는 "이스라엘은 평화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2국가 해법'을 파기하길 바란다"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양측을 중재해 온 미국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협상 결렬 위기에 우회적으로 이스라엘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5일 비공개 회담에서 "이-팔 분쟁에 '2국가 해법'이 없다면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가 보도했다.

미국 현직의 최고위급 인사가 이스라엘과 연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정권이 흑인을 차별한 비인간적 인종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거론하기는 이례적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팔레스타인 통치를 아파르트헤이트에 비유하는 것에 극도의 반감을 보여왔다.

협상 결렬 분위기는 지난달 말부터 급속히 확산했다.

이스라엘이 평화협상 재개를 위해 팔레스타인 죄수 104명을 4단계에 걸쳐 석방키로 팔레스타인과 합의했다가 마지막 단계의 나머지 26명 석방을 보류한 게 기폭제가 됐다.

이에 팔레스타인은 15개 유엔기구·협약에 독자적으로 가입 신청을 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6명의 석방을 아예 취소하고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이 상대방이 합의를 먼저 깼다고 비판하는 양상이 지속하면서 이후 이렇다 할 접촉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도 협상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도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을 설득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부심해 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